▲ 한국노총

한국노총의 ‘복귀’ 선언으로 사회적 대화가 5개월 만에 재개된다. 노사정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저출생 고령화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위기에 공감한다. 하지만 의제마다 이견이 큰 만큼 의제 선정부터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노사정의 동상이몽이 부딪히고 있다.

정부는 ‘노동시간 개편’, 한국노총은 글쎄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노총은 노사정이 충돌하는 민감한 의제를 꺼리는 분위기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갈등 소지가 많은 사안을 우선 다루면 대화가 잘 되겠나”고 우려했다.

정부의 노동‘개혁’안인 노동시간 개편 논의가 사회적 대화 첫 만남에 오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노동시간 제도 관련 설문조사를 발표하며 한국노총 복귀를 연결시켰다. 노동시간 개편은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방향을 설정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권고문의 첫 의제인 만큼 추진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정부 들러리’를 거부한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한국노총은 지난 17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대화와 투쟁을 병행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논의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사회적 대화와 정부와의 협상은 기나긴 난관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발표 당일 ‘노동시간 연장 개악’이라며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공감

방법론은 달라

한국노총은 주요 의제로 정년연장을 꼽는다. 노와 정 모두 고령노동자 일자리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정년연장은) 시대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라며 “노사정은 부작용이 없는 방안을 빨리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년연장 해법은 각기 다르다. 한국노총은 법정 정년연장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재계와 같이 직무·성과급을 적용한 재고용 방침으로 기울고 있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한국노총의 정년연장 법제화 국민동의청원 달성 다음날 반대 의사를 밝혀 중재자 역할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모든 세대에 예민한 정년연장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기존에도 정부는 세대갈등 프레임 때문에 정년연장에 목소리 내길 꺼렸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역시 노사정 모두 심각성을 인지하지만 원인 진단부터 다르다. 재계는 강성노조와 임금체계와 고용의 경직성 등을 문제 삼는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노조 때리기와 노동시간 유연화, 직무·성과급제 등을 노동개혁안으로 내놨다. 반면 노동계는 대기업·원청의 중소기업·하청 착취 구조를 지목한다.

취약계층 보호도 제각각

한국노총은 취약계층 노동자를 위한 의제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노총은 사회연대 입법으로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법제화 △일하는 사람을 위한 권리보장법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12월 국회 앞에서 이를 촉구하는 농성도 들어간다.

‘약자 보호’를 반대하지 않지만 방법론은 각기 다르다.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관련해 노동계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이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재계는 중소·영세 사업장에 영향을 미쳐 결국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맞선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문제도 노동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한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언급하지만 재계는 직무·성과급을 앞세운다.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보호도 노동자성 인정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화의제를 둘러싼 노사정의 샅바싸움은 경사노위 의제별위원회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면한 현안은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한도다.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 제도 도입을 담은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개정안이 다음달 11일 시행된다. 경사노위 산하 공무원노사관계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다가 지난 6월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불참 선언으로 중단됐다.

개정안 시행이 코앞으로 닥친 데다 교사의 경우 내년 2월 반 배정을 앞두고 있어 논의가 시급하다. 그러나 노조별 설립 단위가 전국단위인지 시군단위인지에 따라 타임오프 단위에 대한 갈등이 커 쉽게 의견이 좁히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한국노총은 지난 17일 오전 중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결의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시 대화 거부를 포함하느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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