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14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와 함께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과 진짜사장 건강보험공단이 책임질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14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와 함께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과 진짜사장 건강보험공단이 책임질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재계와 정부·여당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경제를 무너뜨린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유사한 일본은 물론 노동시장 환경이 다른 미국조차도 비정규직과 원청의 교섭을 허용하고 있다.

노동법연구소 해밀과 한양대 법학연구소는 16일 오후 서울 중구 그랜드 센트널에서 ‘원·하청 단체교섭의 쟁점과 미래’ 심포지엄을 열고 미국·일본과 우리나라의 원·하청 단체교섭 체계를 검토하고 이같이 강조했다.

아사히방송국 부당노동행위에 ‘원청 사용자’ 인정

일본은 1995년 최고재판소 판결로 실질적 지배력설을 채택하고 원·하청 교섭의 길을 열었다. 아사히방송국 판결이다. 아사히방송국과 재하청 노동자 간 부당노동행위 다툼에서 원청인 아사히방송국에 사용자 지위를 부여해 구제명령을 한 사건이다.

이보다 앞선 1970년대부터 이미 원·하청 교섭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하급법원의 판결이 잇따랐다. 정영훈 부경대 교수(법학)는 “(원청 교섭을 허용하는) 이른바 병존적 사용자(중첩적 사용자) 개념도 1973년 토치기현노동위원회 판결에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해당 판결도 부당노동행위 사용자 범위를 직접고용 사용자만이 아니라 간접고용 사용자로 확대했다. 토치기현노동위는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는 고용계약 당사자성이라는 형식적 기준에 의해 포착해선 안 되고 근로자의 노동조건 등 제이익에 대해 지배력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갖는 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 시점 국내 논의보다 50년은 앞선 셈이다.

미국 ‘공동사용자’ 판단 기준은 논쟁, 개념은 유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역시 간접고용관계에서 사용자를 공정근로기준법과 연방노동관계법 등을 통해 공동사용자로 개념화하고 있다. 1964년 연방대법원의 그레이하운드 사건 판결 이후 공동사용자 범위의 해석에 관한 갑론을박은 계속됐지만 적어도 공동사용자 개념을 부정하진 않았다. 해당 판결은 터미널 운영사인 그레이하운드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플루어스를 상대로 플루어스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두 사용자를 모두 공동사용자로 인정했다. 이런 법리는 이후 미국 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 협소한 해석 또는 너른 해석을 오갔다. 그럼에도 형식적 고용관계가 아닌 실질적 지배력설에 입각한 판단 기준은 유지되고 있다. 강주리 서울시립대 강사는 “단체교섭 의무의 사용자성 판단기준을 고용계약이 아닌 지배관계로 접근하는 미국 방식은 원·하청 노동관계의 실질적 단체교섭 질서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원청과 비정규직 단체교섭 허용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인 셈이다.

김홍영 성균관대 교수(법학)는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확산하고 있고, 사업의 네트워크화 현상도 확산된 가운데 이에 대해 노조도 노동자를 위해 원청의 처분가능 사항을 교섭의제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교섭의 사회적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법적 측면에서 교섭을 촉진할 법·제도를 형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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