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이대로 살 순 없지 않느냐”며 지난해 스스로의 몸을 1제곱미터 철장에 가두고 파업했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의 470억원 손해배상소송 첫 공판이 21일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열린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오션은 손배소를 취하하라는 시민사회와 노동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형수)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파업에 별다른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며 “한화오션 역시 그 소송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6월2일부터 7월22일까지 지회와 하청노동자들이 옥포조선소 1도크를 점거하고 파업해 피해를 봤다며 지회 집행부 5명에게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목표 생산 시수가 229만 시수인데, 실제 154만 시수만 이뤄져 시수당 직·간접 임금 인건비와 생산경비 6만3천113원을 곱해 손배액을 도출했다는 주장이다.

파업 정당성·손배액 산정 적정성 ‘쟁점’
대법원 판례 “근로조건·노동 지배력 갖는 자가 사용자”

소송 쟁점은 일단 파업의 합법성 여부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불법 파업을 주장하지만 지회와 노동자들은 정당한 파업이라고 맞서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 관련 판결에서 근로조건이나 노동관계에 대해 지배력을 갖는 자를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다면 불법성이 일부 조각된다. 노조법상 사용자성이 부정되더라도 하청노동자가 원청 사업장에서 쟁의행위를 하는 것 역시 위법성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손배액 산정도 다퉈봐야 한다. 옥포조선소에는 1도크 외에도 다른 도크가 3곳 있고, 생산시수대로 생산이 이뤄지는 경우도 드물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시수당 생산계획 이행 여부를 근거로 손배액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회는 사용자쪽의 이번 소송은 노조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지회는 “한화오션이 수억 원의 법률비용조차 보전받을 가능성이 없는 소송을 계속하는 유일한 목적은 하청노동자 노동 3권 박탈과 지회 탄압”이라며 “경제적 구제 실익 없는 470억원 손배소를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금속노조

“하청노동자 착취” 한화오션 사회적 책임은 명백

법리논쟁을 차치한다면 대우조선해양의 책임은 명백하다. 하도급 구조에서 하청업체는 원청이 책정한 기성금을 벗어난 수준에서 임금을 인상하거나 할 현실적 여력이 없다. 결국 하청노동자의 임금은 온전히 대우조선해양의 결정인 셈이다. 게다가 하청노동자의 임금 삭감은 정부와 사용자의 공동결정이다. 박근혜 정부시절 조선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하청노동자의 임금은 지난해 기준 2014년 대비 30% 이상 삭감됐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물량팀’이 성행하면서 위험의 외주화 문제도 확산했다.

최근 지회는 삭감된 본봉 외 성과금을 일부 회복하는 것을 뼈대로 한 2023년 임금·단체교섭을 체결했다. 상여금 50% 연내 지급과 노사TFT 구성 등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회는 “하청 위주 고용이 아닌 상용직 숙련공 중심 고용구조 강화 계기를 마련했다”며 “올해 단체교섭은 형식과 내용 모두 조선하청노동자 노사 관계에 작고 소중한 한 걸음”이라고 평했다.

이재·홍준표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