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국회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내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환경노동위원회는 14일과 15일 예산안 감액 심사가 예정돼 있다. 정부안 원안 처리를 주장하는 여당과, 정부의 예산안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야당의 갈등이 예상된다. <매일노동뉴스>가 12일 환노위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 쟁점이 될 예산안을 짚어 봤다. 청년·일자리, 안전, 취약계층 관련 사업이 대표적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야당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예산이다. 이 사업은 청년이 2년간 400만원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각각 400만원씩을 적립해 청년에게 8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다. 청년이 중소기업에 진입해 경력을 형성하고, 기업은 청년 인재를 확보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은 2천197억300만원이다. 올해 6천402억7천900만원에서 4천205억7천600만원(65%)이 감액됐다.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내년 예산안은 기존 가입자를 위한 예산이고, 신규 가입자를 위한 예산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일채움공제 신청자가 줄었다는 이유로 예산을 줄였다. 대신 일주일~3개월동안 기업을 체험하는 ‘청년 일경험 프로그램’ 예산을 늘렸다. 올해 1천262억9천300만원에서 내년 2천382억1천300만원으로 1천119억2천만원(88.6%) 증가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신규가입자는 올해 8월 말 기준 2천753명, 가입 기업수는 2천142개로 목표치인 2만명의 13.7%에 그쳤다. 다만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정부가 사업대상자를 한정하고, 사업 참여자의 부담을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사업 대상으로 10만명을 선정했다가 2만명이 추가 지원할 정도로 호응이 있었다. 공제 가입 청년 근속률이 일반 중소기업 취업 청년보다 30%가량 높아 사업 효과도 뛰어나다는 평가였다. 그런데 올해부터 인기는 줄었다. 5명 이상 사업장이면 모두 참여할 수 있고 200명 미만인 경우 기업이 적립금을 부담할 필요가 없었는데, 사업 대상자와 사업 내용이 5명 이상 50명 미만의 제조업·건설업종 중소기업, 기업 자부담 100%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 사업이라는 이유로 사업을 폐지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위험업종 안전보건지킴이 사업=안전 관련 예산에서는 고위험업종 안전보건지킴이 사업을 두고 여야가 부딪힐 전망이다. 안전관리가 취약한 공사금액 120억원 미만의 건설현장, 완성배와 선박 구성품 제작업체의 협력사,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취약한 수리조선 사업장에서 안전순찰을 하는 이들을 뽑는 제도다. 만 55세 이상 관련분야 퇴직자이면서 실무경력이나 전문 자격증 등을 갖춘 이들을 선발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사업을 종료해 124억9천200만원이던 예산을 전액삭감했다.

야당은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재에 대한 경각심을 완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본다. 안전보건지킴이 사업은 실제 산재 사망사고 감소에 기여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안전보건지킴이가 순찰한 건설현장의 사고사망만인율은 1.27로 전체 건설현장 2.32의 절반 수준인 54.7%로 나타났다. 사고사망만인율은 노동자 1만명당 산재로 인한 사고사망자를 나타내는 지표다.

◆고용평등상담실·외국인력상담센터 예산=노동부가 민간위탁을 주던 사업을 직접 수행하겠다고 나서는 사업들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고용평등상담실과 외국인력상담센터 예산이 대표적이다.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은 올해 12억1천500만원에서 내년 5억5천100만원으로 줄었다. 외국인력상담센터 예산도 19억6천800만원이던 올해 예산을 전액삭감했다. 민간이 운영 중인 고용평등상담실 총 19곳이 폐지된다. 전국에 9개 거점센터와 35개 소지역센터가 있는 외국인력상담센터도 사라진다. 고용평등상담실은 직장내 성차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노동자들을 상담·지원한다. 외국인력상담센터는 이주노동자와 고용사업주 고충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 왔다. 수요는 증가추세다. 고용평등상담실 이용 건수는 2005년 5천906건에서 2022년 1만1천398건, 외국인력 상담센터는 2020년 42만8천6480건에서 2022년 52만9천765건으로 늘었다.

정부는 고용평등상담지원센터의 경우 지방고용노동청·대표지청 8곳에서 담당자 1명을 채용해 직접 수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국인력상담센터의 외국인 노동자 상담 기능은 전국 62곳의 지방고용노동청에, 교육 기능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맡길 계획이다. 하지만 야당은 고용평등상담실과 외국인력상담센터를 예고 없이 고용관서 내에서 직접운영하는 것은 사업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휴일에 업무를 하지 않는 노동부와 공단이 효율적으로 사업을 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기존 방식대로 사업을 추진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사회적기업 지원예산=사회적기업 지원예산도 갈등이 예상된다. 사회적기업이 취약계층을 고용하면 최저임금의 70%를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일자리창출사업 예산이 올해 935억3천만원에서 내년에 476억6천500만원으로 줄어든다. 사회보험료 지원예산 93억7천600만원은 전액삭감됐다. 사회적기업가 육성 예산은 411억9천200만원에서 46억7천만원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지원정책 방향을 ‘육성’에서 ‘자생’으로 바꾼다며 인건비·사회보험료 등 직접지원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대신 유통망 확대와 대기업과의 협업으로 상품 경쟁력 제고 지원, 공공기관과의 협력사업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차세대 사회적경제 판로지원 통합플랫폼 구축사업에 21억8천200만원을 신설했다.

야당은 정부가 사전 예고 없이 사업을 종료해 사회적경제를 축소시켜 청년을 비롯한 취약계층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향후 직장을 잃는 사람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예산안 원상회복을 요구할 계획이다.

◆중증장애인·건설근로자 취업지원 증액에 여야 공감=여야가 의견 일치를 보는 사업들도 있다.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과 건설근로자 기능향상 및 취업지원 사업 예산이다. 정부 제출 예산안보다 증액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은 올해 23억100만원에서 0원으로 삭감된 상태다. 이 사업은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가 다른 장애인들과 상담하고, 자조모임을 운영하며 취업의지를 고취시키는 내용이다.

야당은 이 사업이 폐지되면 중증장애인들의 취업을 독려할 사업이 전무하고, 중증장애인 일자리도 줄어드는 만큼 사업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9일 오전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분들이 저를 찾아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고, 저는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며 야당 입장에 힘을 실었다.

건설근로자 기능향상 및 취업지원 사업도 105억원이던 예산이 전액삭감됐다. 건설업 공급부족 직종에 기능훈련을 제공해 건설노동자의 직업능력을 향상시키고, 건설노동자에 공공 무료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일감을 받을시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내용이다. 노동부는 직업훈련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 사업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형틀목공과 같은 작업은 훈련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내일배움카드 사업만으로는 원활한 훈련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22년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건설근로자 수급실태 및 훈련수요 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형틀목공을 비롯해 강구조·건축배관·철근과 같은 골조작업 인력이 모자라고, 훈련기관에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이들 작업에 대한 훈련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9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일용직 건설노동자 교육과 취업을 돕는 건설근로자 기능 향상 및 취업 지원사업 예산 각각 71억원·34억원 전액삭감됐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이 맞는지 의심이 된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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