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달 기자

대구 중구 남산동 7178-1번지. 전태일 열사가 유년시절을 보낸 옛집이 전태일 기념관으로 재탄생한다. 전태일 열사는 청옥공민학교(초등학교) 시절(1963년)을 이곳에서 보냈다. 일기장에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적은 그곳이다.

송필경(69·사진) 사단법인 전태일의친구들 이사장은 2019년 전태일 열사의 옛집을 매입하고 열사정신을 잇기 위한 기념관으로 복원하는 일을 맡고 있다. 2020년 <왜 전태일인가>라는 책을 집필한 그는 책 판매금액 전액을 기념관 건립에 쏟아부었다.

송 이사장을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3일 대구 범어동 범어송치과 원장실에 만났다. 그는 치과의사다.

-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는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전태일 정신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어린’ ‘여성’ ‘노동자’를 위한 연민이다. 전태일은 찢어지게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년과 중학교 1년 과정만 다녔고 어릴 때부터 가출과 걸식을 반복하는 비렁뱅이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나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감정에는 약한 편입니다. 조금만 불쌍한 사람만 보아도 마음이 언짢아 그날 기분은 우울한 편입니다. 내 자신이 너무 그러한 환경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전태일 일기)

전태일의 이런 감정은 착한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타인을 위한 사랑으로 성숙했다.”

- 지금 우리가 전태일 정신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는?
“전태일 가족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천막촌에 살 때 천막 살 돈이 없었다. 남의 처마와 처마 사이에 나무 막대를 세워 기둥으로 삼아 비닐을 걸쳐 천장으로 삼고 바닥에는 거적을 깔고 살았다. 길가에 버린 곰팡이 핀 무말랭이를 주워 냇가에 씻어 소금 뿌려 끓여 반찬으로 먹었다.

그럼에도 평화시장 ‘어린’ ‘여성’ ‘노동자’에게 차비를 털어 풀빵을 사주는 한없는 연민을 베풀었다. 어린 동생 전태삼에게는 이런 말을 했다.

‘불우했던 과거를 원망만 하면 그 불우했던 과거가 삶의 영역에서 사생아가 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불우했던 과거를 간직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그곳에서 우리의 꿈과 이상과 비전을 가지고 불운을 희망의 새로운 미래 등불로 삼아야 한다.’

전태일의 연민이라는 숭고한 감정은 위대한 인류애다. 먼지 한 톨만큼도 이기심이 없는, 한가위 보름달보다 더 밝고 맑은 이타심으로, 자기 목숨까지 기꺼이 바치면서 ‘사랑의 사자후’를 울린, 우리 전태일 열사 같은 인물이 인류 역사에 과연 몇 사람 있었을까.

전태일 열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핍박받은 ‘어린’, ‘여성’, ‘노동자’를 ‘사랑스런 동심’이라 불렀다. 우리가 전태일을 기억하는 일은, 우리가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부르는 일은 사회 약자에게 사랑과 자비와 어짊을 실천하고자 하는 다짐과 다름없다.”

- 전태일의친구들 재단은 어떤 곳인가?
“전태일의 고향인 대구에서 열사의 삶과 정신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2018년 12월 준비위원회를 만들고 2019년 3월에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그해 5월부터 열사 가족이 살았던 대구 중구 남산동 옛집 매입을 위해 시민모금운동을 전개했다. 각계각층 3천200여명이 동참해 5억여원의 모금목표를 달성했다. 2020년 11월 열사 50주기에 옛집의 매입을 완료한 뒤 ‘전태일’ 문패달기를 전개하고 있다.”

- 전태일 옛집은 어떻게 복원되고 있나?
“건축위원회(건축가·목수·도시재생전문가 등)를 구성했다. 전태일 열사 가족이 살았던 셋방의 터를 조사하고 기초석을 발굴해 유가족과 관계자 증언으로 옛집 고증 작업을 했다. 옛집의 용도와 보존 방향 그리고 건축을 위한 재정 마련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 앞으로 전태일 기념관 건설 계획은?
“우선 집주인이 거주했던 본채는 최대한 원형을 살리는 형태로 보존해 전태일의 삶과 정신을 알릴 수 있는 기록관으로 건축할 예정이다. 전태일 가족이 살았던 셋방터는 21세기 지금의 전태일 정신을 표현하고 담아낼 오브제로 재현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무엇보다 시민·노동자들의 기금으로 이룩한 성과인 만큼 지역의 공공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활용 방안과 세부적인 건축방향은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완성할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의 여파와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건축을 위한 재정마련이 쉽지 않았다. 오랜 논의 끝에 정부나 지자체에 기대지 않고 다시 한번 ‘시민모금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내년 2024년 9월 ‘대구 전태일 기념관’을 준공할 계획이다. 시민모금으로 3억원의 건축비를 마련하고자 한다. 많은 참여 당부드린다.”

※ 시민모금운동 대구은행 504-10-351220-9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