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총 임원 선거 언론사 초청 합동토론회. <정기훈 기자>

“윤석열 정권 퇴진에 멈추지 말고 지배권력 교체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향후 3년은 정치적 격변기다.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우리 사회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변혁을 위한 길로 나아가는 게 필요하다. 3년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후보라고 자부한다. 윤석열과 맞선 전쟁을 매듭짓고 싶다. 기회를 달라.”(기호 1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

“현장을 다녀 보니 지난 3년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내려져 있다. 현장과 조합원은 매일이 고통인데 민주노총은 이런 저항을 모아 내지 못한 채 존재감을 잃었다. 다른 미래, 강렬한 투쟁을 제시하겠다. 노동법을 쟁취하는 총파업과 체제전환까지, 3년 내에 세상을 힘차고 대차게 흔들어 보겠다. 민주노총을 바꿔 세상을 바꾸자.”(기호 2번 박희은 위원장 후보)

민주노총 임원선거에 나선 두 위원장 후보의 일성이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후보합동 언론초청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화기애애한 가운데 뼈가 있는 비판을 주고받았다. 이번 선거에는 기호 1번 양경수-이태환-고미경 후보조(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동반출마)와 기호 2번 박희은-김금철-이영주 후보조가 출마했다. 토론회는 후보 간 상호토론과 언론사 질의, 선거운동원 질의로 진행됐다.

양 후보 “기호 2번 3년 내내 파업, 실효성 있나”
박 후보 “위원장 시절 투쟁 정권 퇴진으로 못 엮어”

토론회 첫 포문은 양 후보가 열었다. 양 후보는 상호토론 첫 질의로 박 후보의 3년 전략이 지나치게 파업에 치중해 있다고 꼬집었다. 파업이 남발한다는, 이른바 ‘뻥파업’이라는 비판이 있는 가운데 국회 상대 총파업과 비정규직·장애·여성·최저임금 같은 영역별 파업을 3년 내내 진행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산발적인 투쟁에 그치지 않도록 체제전환 전략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3년 차에 체제전환을 위한 민중총파업을 강조한 박 후보는 “윤석열 정권 퇴진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미래를 제시하는 투쟁, 그리고 산별과 현장의 목소리, 과제를 제대로 모아 내는 투쟁을 만들지 않으면 퇴진 투쟁에 힘이 실릴 수 없다”며 “총파업이라는 행위가 목적이 아니라 총파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수많은 의제와 노동자의 목소리를 모아 가는 과정이며, 의제를 선제적으로 던지고 상당한 기간에 걸쳐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역으로 양 후보가 위원장 시절 민주노총이 현장에서 발생한 투쟁전선을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으로 엮어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시작된 노동탄압으로 형성된 화물노동자와 건설노동자, 조선 하청노동자 등의 투쟁을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으로 이어 가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양 후보는 “투쟁을 회피한 적 없다”며 “조선 하청노동자 투쟁 당시 중앙집행위원회를 거제에서 진행하기도 했고 조선 하청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노동자대회도 분리해 개최하는 등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권 퇴진 방향을 제시하고 견인하는 역할, 그 가운데 현장 투쟁을 윤석열 퇴진 투쟁으로 수렴한 역할은 했다고 본다”며 “다만 충분했느냐고 하면 그렇지 못했으므로 더 많은 노력과 투쟁을 준비해 현장을 혁신하고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호 1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 <정기훈 기자>
▲ 기호 1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 <정기훈 기자>

박 후보 “특정정당 지지 패권주의”
양 후보 “내년 총선 대응 청사진 있나”

정치·총선방침과 관련해서는 선명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내년 4월 실시하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권이 완전히 국정 주도권을 장악하거나, 반대로 조기 권력이탈에 빠질 수 있는 변곡점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9월 대의원대회를 열고 4월 총선에는 진보정당과 협력해 공동대응하고 지방선거에서는 연합정당을 구상하기로 의결했다.

박희은 후보는 이 과정에서 특정정당 지지를 위한 일부 정파의 패권주의가 드러났다며 양경수 후보에게 평가를 요구했다. 양 후보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무엇을 패권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시 위원장으로서 표결을 하지도 않았고, 중앙집행위원회 성원과 이견을 모아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변했다. 양 후보는 “4월 대의원대회 당시 조직 내 이견이 많아 토론만 진행했고 9월 대대 즈음 개인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다른 안을 중집안으로 받아 제출해 모두의 동의를 받아 대대에 제출했다”며 “이 과정이 패권이라고 하면 되레 토론 과정의 다름과 이견을 인정하지 않고, 다수에 반하는 소수의 의견을 고수하는 것이 패권 아니냐”고 말했다. 양 후보는 또 “위원장의 소속 정당이 있으니 그에 유리하게 할 것이라는 감정적 의구심은 있겠으나 논의와 결정 과정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확인했을 것”이라며 “조합원의 오해는 집행부의 책임이지만 박 후보 역시 중집과 대대에서 논의를 함께 했으므로 (협의를 위한) 노력을 했다는 것을 잘 이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패권주의를 주장하는 박 후보 역시 당시 집행부의 구성원이었음을 꼬집은 셈이다.

반대로 양 후보는 박 후보에게 다가오는 총선에 대한 민주노총의 청사진을 물었다. 박 후보는 “체제전환 특위를 통해 총선방침 집행 과정에서 진보정당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 집행부는 총선과 지선, 그리고 2027년 대선까지 준비해야 하는 집행부”라며 “진보정당이 진보당과 정의당·노동당·녹색당 등으로 각자 이념을 갖고 다원화한 상태에서 민주노총이 집행부 성향에 따라 특정정당에 유리한 정치사업을 한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체제전환 특위를 구성해 구체적으로 사회적 지향점을 마련하면서 선거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특히 민주노총 집행부의 총선방침 초기안 중 하나였던 진보대연합정당안이 양 위원장의 당적인 진보당에 유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점을 강조했다. 이를 지속해 추진한 것 자체가 패권주의라는 지적이다. 박 후보는 “노동자 투쟁의 성과를 보수정당이 아닌 노동자 정치로 수렴하는 과정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노동자 정치세력화 원칙에 대한 이견은 없더라도 조합원들 사이에 지난 대대의 결정이 과연 전 조직적 결의를 모으고 확인하는 절차가 됐느냐는 의구심이 있는 만큼 대대 결정에 기계적으로 얽매이기보다 존중과 연대로 진보정치의 방향을 전환하는 게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체제전환 특위가 구체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시간 단축하려면
양 후보 “임금 상향 평준화” 박 후보 “단협적용 확대”

언론사 질의는 사회적 의제에 대한 정견에 집중됐다. 양경수 후보와 박희은 후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법을 묻는 본지 질의에 각각 사회임금 강화와 공공성 확대를 꼽았다. 양 후보는 “한국 사회가 경제규모나 발전 속도에 비해 양극화된 배경은 사회임금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며 “복지국가라는 유럽은 시장임금과 사회임금 수준이 6대4 또는 5대5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9대1 수준이라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제도를 강화해 사회임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현장에서는 이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넘어 4중구조라는 말까지 한다”며 “윤석열 뿐 아니라 윤석열‘들’에 맞서 일터 현장의 차별과 착취, 이를 통해 이윤을 남기는 행태에 대한 구체적인 투쟁을 모아 내야 한다. 모든 불안정노동 문제는 자본주의 착취와 연결돼 있고, 국가 공공성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두 후보는 노동시장 단축이 필요하지만 고용형태에 따라 이견이 있다는 본지 질의에 대해 저임금 구조 해소와 노동시간 양극화 극복을 주요한 과제로 꼽았다. 박 후보는 “주 35시간 노동제를 도입해야 하고, 고용형태에 따라 노동시간에 대한 이해가 다른 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기본권 확장과 단체협약 적용률 확대 같은 노조법 개정 투쟁이 이어져야 한다”며 “우리와 노조 조직률이 유사한 프랑스가 단협 적용률은 90%를 상회한다. 지금 시기에서는 단협 적용률을 확대하는 방식 속에서 우리의 미래와 지금 사회 불평등 해소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답했다.

양 후보는 “노동시간 문제는 단순히 일하는 시간 개념이 아니라 저임금 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임금을 상향평준화하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며 “지급 여력이 있는 곳은 연세의료원처럼 공격적으로 단축을 추진해 단체교섭 과정에서 구현하고, 민주노총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구조를 극복할 방안을 준비하고 제시해야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기후위기 대응방법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박 후보는 “체제전환 전망이 부재했고, 현장에서 실천할 콘텐츠가 없었고, 변화하는 산업정책에 대한 개입이 부족했다”며 “최근 공공재인 에너지와 교통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를 두고 논쟁을 벌이면서 국가책임 강화나 체제전환으로 기후정의 운동세력이 규합되고 세력화하는 것처럼 노동운동이 다양한 기후위기 운동단체 가운데 하나에 머무르지 않고 녹색노조운동 같은 방식으로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후보는 “앞으로는 기후패권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체제전환 운동은 결국 자본주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것이니 사회적 소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구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저항하고, 일자리를 어떻게 지키면서 기후위기를 극복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호 2번 박희은 위원장 후보 <정기훈 기자>
▲ 기호 2번 박희은 위원장 후보 <정기훈 기자>

박 후보 “민주노총 시계 3년 뒤로 돌릴 건가”
양 후보 “흡집내기 말고 자기 대안 내놓아야”

이 밖에도 양 후보에게는 7월 총파업에 대한 평가를, 박 후보에게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해법을 물었다. 양 후보는 “1996~1997년 노동법개악 투쟁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파업이면서 노동뿐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같은 다양한 문제를 걸고 윤석열 정권 퇴진 목소리를 명확하게 한 파업”이라며 “자기 의제를 중심으로 모범적으로 파업을 준비하고 실행한 보건의료노조처럼 민주노총이 파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 총파업”이라고 규정했다.

박 후보는 “인구감소와 함께 이주노동자는 업종을 확대하면서 계속 유입될 것이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며 “현재 민주노총 내부에도 이주노동자와의 갈등이 있지만 결국 노동자 간 개별 문제가 아니라 이윤에 목적을 둔 자본의 분할통제와 착취의 현장이다. 민주노총이 어떤 전략을 갖고 투쟁하고 현장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논쟁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고, (당선한다면) 공격적으로 조직화해 보편적 권리를 논의하고 투쟁의제로 이야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선거운동원 질의는 선거운동원이 상대 후보조에 질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노조회계 공시가 부당한 결정이었다는 질의에 양 후보는 “민주노총의 투쟁 과정에서 드문 결정이었다”며 “노조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는 흐름을 벗어나 우리 요구를 관철하는 프레임 전환과, (조합원 이탈로) 한국노총과의 복수노조 사업장 경쟁에서 겪을 어려움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총괄 임원으로서 책임을 추궁한 질의에 박 후보는 “올해 총파업 논의 과정에서 최저임금을 총파업 의제로 삼았고 플랫폼 노동자 같은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의제로 확장한 역할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총파업이 7월에 전개되면서 최저임금 의제를 다루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담당 부위원장으로서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민주노총 의결 구조 속에 부위원장 한 명의 역할은 제한적이고, 당선한다면 최저임금 의제를 민주노총 중심의제로 보다 강력하고 강렬하게 투쟁하겠다”고 답했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두 후보는 뼈 있는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먼저 발언한 박희은 후보가 “이번 선거는 민주노총 시계를 3년 전으로 되돌릴지 아니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바꿀 것인지 정하는 선택”이라고 강조하자 양 후보는 “안건을 평가하고 흠집 내는 것은 쉽지만 자기 대안을 제시하고 도모하면서 평가하는 과정이 민주노총을 한걸음 더 떼게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