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현대비앤지스틸 본사 정문 앞에서 회사가 반복된 중대재해에도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비앤지스틸지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중대재해가 3건 발생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특수강 제조사인 ‘현대비앤지스틸’ 대표가 노동청에 고발됐다. 노동자들은 반복된 중대재해에도 회사가 어떠한 개선방안도 하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지난해 2건 이어 올해도 사망사고
“노후화된 설비 방치해 중대재해 반복”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최근 정일선·이선우 현대비앤지스틸 대표이사와 법인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고 7일 밝혔다. 지부는 “현대비앤지스틸은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노력보다는 처벌을 면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형해화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해 처벌해 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최근 1년 사이에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사업장이다. 지난해 9월과 10월 중대재해로 2명이 숨졌다. 올해 7월18일에도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에서 가이드 테이블 보수작업 중 가이드 테이블이 넘어지며 작업자를 타격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사측은 노후설비 개선과 인원충원 요구를 계속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현대비앤지스틸지회(지회장 조재승)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 안전조치를 요구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지회는 “(올해 사고와 관련해) 가이드 테이블 보수에 대한 별도의 작업매뉴얼이나 정비일지, 위험성평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노후로 마모된 볼트가 이탈해 무게 300킬로그램의 가이드 테이블이 전도돼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회는 노후화된 설비를 방치해 중대재해가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대표이사가 시행령상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 마련(4조1호)’을 위반했다고 봤다. 지회는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포함되지 않으면 법이 요구하는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했다고 볼 수 없다”며 “조합원들은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위반 여부도 지적했다. 생산설비가 낡아 위험이 잦았는데도 단 4명이 공장 전체의 보수를 담당해 촉박한 작업시간으로 안전한 작업이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가이드 테이블 설비보수와 관련한 ‘위험성평가’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깜깜이 수사’로 사고 재발”
노동청 ‘수사 마무리 단계’ 입장

이 밖에도 지회는 △재해예방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 △안전보건 관련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 마련 및 개선 이행 점검(4조7호) △작업 중지 등 매뉴얼 마련 및 점검(4조8호)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이와 관련해 어떤 설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지회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운영됐는지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부의 수사 지연도 문제다. 지난해 9~10월 사고도 아직 수사 중인 상태로 알려졌다. 지회는 ‘깜깜이 수사’ 때문에 중대재해가 재차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라 근로감독관이 검사에게 즉각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고발인 조사를 받은 김창남 노조 경남지부 노동안전국장은 <매일노동뉴스>에 “노동청은 3건의 중대재해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경영책임자인 정일선 대표이사가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조재승 현대비앤지스틸지회장은 “회사는 사고 이후에 어떠한 개선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고, 사과조차도 없다”며 “심지어 노동부 수시감독 과정에서 노후설비로 인한 안전사고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회는 9월13일 무재해와 안전일터 조성을 위한 ‘노사 공동 선언’을 지난달 31일 파기한 바 있다. 합의된 ‘후속 조치 이행 확인서’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법조계는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환춘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것은 안전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수사기관에서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여부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