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교통공사노조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교통공사 노동이사 선거 결과 득표 3위를 기록한 후보를 비상임이사로 임명하면서 노동이사제도의 기틀을 흔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원 86% 투표 결과 외면

서울교통공사노조는 1일 오전 서울시청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만7천명 직원을 투표시키고 노동이사 임명은 오세훈 시장이 마음대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공사 노동이사 선거는 지난 8월 진행됐다. 1만7천명의 공사 직원 중 86.35%에 해당하는 1만4천600여명이 참여했고 서울교통공사노조 소속 노기호·장기현 후보가 각 1·2위를 기록했다. 비상임이사인 노동이사는 서울시장이 임명하는데, 그동안 투표결과를 존중해 통상 1·2위 후보를 임명해 왔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0일 노기호 후보와 조은호 올바른노조 후보를 임명했다. 올바른노조는 이른바 ‘MZ노조’라 부르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세훈 시장이 임명한 3노조 출신 후보를 대표성과 정당성을 상실한 자로 판단하고 서울교통공사 1만7천여 직원의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민주주의와 직원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으로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특별시 투자출연기관 노동이사협의회(서노이협)도 비판의 목소리를 보탰다. 협의회는 서울시설공단·서울에너지공사·서울120다산콜센터 등 서울시 산하기관 17곳의 노동이사가 모여 있는 단체다.

협의회는 “전체 직원 선거라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득표 1·2 순위의 노동이사 후보자를 선출했음에도 임명권자의 적법한 고유권한이라는 명분으로 득표 3순위의 추천후보를 강제조정해 임명하는 것을 시민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시민과 약속한 노동이사 선출방식의 제도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득표 3순위 노동이사 임명 후보자는 스스로 임용을 거부함으로써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며 더욱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다양한 의사 반영하려 했을 것”

올바른노조가 노동이사 임명을 거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선거를 거치는 이유는 (시장에) 후보 추천을 올리기 위한 것이지, 당선 선거가 아니다”며 “순위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고, 인사검증을 거쳐 시장이 지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직원 투표에서 1위를 한 후보는 선거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김정섭 서울교통공사노조 교육선전국장은 “그냥 시장이 임명할 거면 다른 비상임이사를 임명하듯이 공개모집해 서류심사하고, 면접 봐서 시장이 임명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 할 거면 투표절차가 왜 필요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4명을 추천하면 그중에서 시장이 임명하게 돼 있다”며 “관례를 깨고 (득표) 1·2위가 아닌 3위를 선임한 이유에 관해서는 시장 스스로 판단했겠지만 아마 다양한 의사를 반영하고자 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바른노조쪽이 제기한 서울교통공사노조의 선거 절차 위반에 관련해서는 “검토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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