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편한세상’ 건설사로 유명한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7번째 사망사고가 일어난 최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전국 시공현장을 일제 감독했지만,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DL이앤씨 사고 원인과 문제점을 유족 인터뷰와 사고 경위 분석을 통해 연속해 살펴본다.<편집자>

DL그룹 계열사에서 생명이 스러져 간 노동자가 최근 3년간 한 해 평균 5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사인 DL이앤씨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망자가 8명(사고 7건)으로 ‘최다 중대재해’ 사업장 오명을 안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도 그룹 차원의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점이 확인됨에 따라 안전보건 확보의무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끼임·깔림·추락, 같은 유형 사고 반복

23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DL그룹 계열사의 중대재해 사고현황’을 보면 DL그룹 계열사에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6명의 노동자(사고 15건)가 산재로 사망했다. 사고 유형은 끼임·깔림·추락 등 다양했다. DL이앤씨에서 10명이 사망해 가장 많았고 DL건설 4명, DL모터스 2명 순으로 나타났다.

사업장별로 보면 건설사가 가장 많았다. DL이앤씨의 전신인 대림산업에서 노동자 1명이 2020년 7월 건설용 가설재로 쓰이는 H형강을 설치하던 중 유실된 토사에 깔려 숨졌다. 2021년에는 DL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거푸집 동바리로 들어가다가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추락했고, 바닥 슬래브와 벽체가 붕괴되는 사고도 일어났다.

같은해 10월에는 DL이앤씨가 시공하는 교량 건설현장에서 다리에 설치된 사다리에서 노동자 1명이 떨어져 숨졌다.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DL모터스에서도 1명이 전도된 지그(가공위치를 정확하게 정하기 위한 보조용 기구)에 부딪혀 유명을 달리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27일 이후에도 사고는 계속됐다. 지난해 일어난 DL그룹 계열사 사고 10건 중 DL이앤씨 사고만 7건이었다. DL이앤씨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3월 전선케이블을 주름관에 넣는 작업을 하던 중 드럼에 묶여 있던 케이블에 맞아 숨졌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케이블 드럼의 회전대가 고정되지 않고 작업순서가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에도 DL이앤씨 사고는 빈발했다. 지난해 4월 신호수를 담당하던 노동자 1명이 굴삭기 후면과 철골 기둥 사이에 끼여 숨졌다. 접근금지용 라바콘을 정리한 뒤 굴삭기를 몰던 기사가 신호수를 미처 보지 못해 일어난 사고다. 기사와 신호수 간 소통이 미흡했고, 장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조치가 없었다.

▲ 서울 종로구 평동 DL이앤씨 돈의문 사옥 전경. <홍준표 기자>
▲ 서울 종로구 평동 DL이앤씨 돈의문 사옥 전경. <홍준표 기자>

DL건설에서도 사망사고 잇따라

같은해 8월 또다시 DL이앤씨에서 협착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주차장 건설현장에서 펌프카가 콘크리트 타설 중 펌프카 붐대가 부서지며 분리돼 하부작업자 2명이 사망했다. 작업구간에 신호수가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해 10월에도 크레인 보조붐을 설치하던 중 트레일러 기사가 각도 조절용 핀을 해체하다가 떨어진 보조붐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DL모터스에서 10월 이산화탄소 질식 사고가 났다.

다른 건설 계열사인 ‘DL건설’ 사고도 연달아 터졌다. 지난해 9월 경기 안양 물류센터 재건축 현장에서 약 700킬로그램의 거푸집에 깔려 작업자 1명이 사망했다. 같은해 12월에는 로지스코아 북천안물류센터 공사현장에서 고소작업대를 타고 작업하던 하청노동자 1명이 추락해 숨졌다. 막바지 외벽 도장작업 중 작업대가 흔들리며 약 8.5미터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DL이앤씨에서는 올해도 3건의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7월 노동자 1명이 콘크리트 프레이싱 붐(CPB) 장비를 인상하던 중 낙하한 붐 장비에 끼였고, 한 달 뒤에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났다. 8월11일에는 하청업체 KCC 소속 고 강보경(29)씨가 DL이앤씨가 시공한 부산 연제구 소재 레이카운티 신축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파손된 거실 유리창을 교체하던 중 20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다.

“재래식 사고 반복, 그룹 구조적 문제”

DL그룹 사고는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재래식 사고’였다. ‘DL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계열사에서 매년 노동자들이 죽고 있다는 것은 그룹 차원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음을 암시한다”며 “계열사에 대해 최종적이고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국감장에 나와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다혜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금속노조 법률원)는 “DL그룹 중대재해 사례들을 보면 건설현장의 통상적인 작업이나 장비 사용에서 대부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형적인 작업조차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다수의 재해가 발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이은주 의원은 “DL그룹 계열사에서 2020년에서 2023년 상반기까지 무려 16명의 사망사고가 있었는데도 최고경영책임자가 책임지지 않았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중대재해처벌법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국감이나 이후 청문회를 통해서라도 입법부가 반드시 실체를 파악하고 행정부로 하여금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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