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업종별 상생협약 기반 패키지 지원사업·지역단위 이중구조 개선사업과 같은 일자리 사업을 신설했는데 양극화된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4개 신규사업에 411억원 투입

정부가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올해 일자리사업 정책 등을 논의했다. 올해 일자리사업 예산은 29조2천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3.8% 감소했다. 정부는 일자리 정책의 한 줄기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방안은 눈에 띠지 않는다.

이날 공개된 ‘2024년 정부 일자리사업 추진방향’을 보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4개의 일자리 사업을 신설해 41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가장 많은 예산을 편성한 것은 업종별 상생협약 기반 패키지 지원사업이다. 148억원이 배정됐다. 조선업처럼 다른 산업에서 업종별 상생협약을 체결하면 ‘임금·복지·훈련·안전·고용지원’ 등 전 영역에 걸쳐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는 “조선업계로의 인력유입-유지-양성을 체계적·종합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조선업 상생 패키지 지원사업을 발표했다. 임금의 경우 협력업체 근로자가 장기근속할 수 있게 희망공제를 확대하고, 사내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현재 어떤 업종을 어떻게 지원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조선업 (사례를) 이후에 다른 업종으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인데 구체적 지원대상 사업이 결정되려면 조선업과 같이 구체적 협약이 체결돼야 한다”며 “현재 대상 업종을 특정해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원·하청이 협력업체 노동자 노동환경을 개선하기로 공동선언에 동참한 석유화학 ·자동차 업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역단위 이중구조 개선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력산업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상생협약 체결·이행을 주도하고, 패키지 지원사업을 수행한다. 노동부는 지자체의 패키지 지원사업 운영을 지원한다. 2개 지역 기준 41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지난 12일 사업 지원이 마감됐는데 총 3개 지역이 응모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원하청 선의 맡겨진 상생협약, 효과 기대 어려워”

업종·지자체 상생협약을 기반으로 종합지원정책, 이른바 ‘상생 패키지’를 지원한다는 것인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하청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에 나서도록 원청을 설득하고 업종 전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확산해야 하지만 석유화학업계 중 참여한 곳은 롯데케미칼 원·하청사뿐이다. 자동차업종의 경우 현대차·기아 원·하청사만 참여했다. 아직은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TF도 구성되지 못한 상태다.

이외 조선업 재직자 희망공제 사업·대중소 상생아카데미 사업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 대책으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조선업 희망공제 사업은 조선업에 재직 중인 하청노동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으로 노동자·기업·자치단체·정부가 일정 금액을 2년간 납입하면 목돈을 마련해 주는 제도로 1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조선업 신규 입직자에게 지원하던 내일채움공제 사업과 내용이 같고, 지원대상만 확대했다. 122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대중소 상생아카데미는 대기업 혹은 대기업이 사업을 위탁한 대학이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만든 중장기 훈련 프로그램을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개방, 체계적인 역량 개발을 지원하도록 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상생협약은 원하청이 같이 상생하면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원하청 선의에 맡겨진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수준으로 파급력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는 공공부문 일자리 개선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선명한 정책이 있었지만, 현 정부는 상생협약을 체결·확산하겠다는 정책 이외 별다른 정책적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며 “일자리 정책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면 예산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기존에 해 왔던 것에서 이름을 조금 바꾸거나 축소해 운영하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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