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원청 한국전력공사의 노사관이 도마에 올랐다. 2021년 11월 활선작업 중 감전사한 김다운씨 사건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한전은 ‘도급인’이 아닌 ‘발주자’라고 주장하면서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한전의 근본적인 노사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지적은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류 의원과 건설노조·공공운수노조가 함께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한전이 필수업무를 외주화해 간접고용 노동자를 위험으로 내몰고, 자회사 업무를 축소해 고사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1년 감전사 김다운씨
“자격증 없다며 절연장갑 없이 일 시켜”

류하경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한전이 산업재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위험을 위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 사건을 대리하는 류 변호사는 “사고 당시 문제는 하청업체 간 직원 돌려쓰기와 무자격 업무투입, 2인1조 작업원칙 위반, 각종 안전장비 미제공 등이었다”며 “한전 소속 직원이 김씨가 작업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경찰이 수사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이 재수사를 지시하면서 기소가 늦어지고 있다. 현재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재송치했지만 검찰은 지금껏 기소하지 않았다.

류 변호사는 “고인은 활선작업을 할 자격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일상적으로 해당 작업에 투입됐는데, 한전은 활선작업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실제 활선작업을 하는 고인에게 절연장갑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불법 작업을 시키면서도 또 다른 규정을 어기지 않기 위해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배전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작업을 지시하고, 이를 어기면 페널티를 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석원희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은 “배전 전문업체 소속으로 한전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한전의 무리한 작업 요구를 거절하면 페널티를 받는다”며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작업중지권을 행사해도 돌아오는 것은 페널티”라고 설명했다. 노동자가 페널티를 받으면 한전 업무에 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작업자가 늘 부족한 배전 전문업체는 결국 문을 닫거나 입찰에서 불리하게 된다. 석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작업중지를 요청하는 것은 주로 야간에 낮은 조도에서 최소 인원으로 작업을 하는 상황”이라며 “야간 업무를 위해 한전에 야간근무조가 있지만 한전은 ‘워라밸이 무너진다’며 투입을 거부해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작업을 시킨다”고 꼬집었다.

국무조정실도 불법이라는데 JBC 항소 강행
“에너지 민영화 저지 고사하고 철밥통 소리 들을 것”

노동자 안위를 고려하지 않는 한전의 경영방식은 무리한 소송으로도 이어진다는 비판이다. JBC 사례다. JBC는 한전 퇴직자가 설립한 단체의 자회사로, 30년간 한전과 수의계약을 체결해 도서지역 전력을 공급했다. 이곳 노동자 145명은 한전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국무조정실도 수의계약이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한전은 지난달 항소를 결정했다.

조진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은 “한전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에너지 공기업이지만 자회사 노동자에게 대하는 방식 등에서 도저히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하청노동자의 처우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윤석열 정권의 에너지 민영화 저지는 고사하고 이른바 ‘철밥통’이라는 비판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