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브릭스(BRICS)가 새 식구를 맞았다. 지난 22~24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15차 정상회의를 계기로 브라질, 러시아, 인디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의 협력체인 브릭스는 2024년 1월1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에티오피아, 이집트,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 6개국을 브릭스의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정상회의 전에 서방 언론은 브릭스 확대를 바라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뿐이며, 친서방 성향의 인디아와 브라질은 브릭스 확대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사항을 내비쳤다. 언제나 그랬듯이 서방 언론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원래부터 브릭스 확대를 지지했으며, 회원국 추가에 회의적이라 알려졌던 인디아와 브라질도 브릭스 확대에 적극 동조했다. 40여개국이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15차 브릭스 정상회담 주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22개국이 공식적으로 가입원서를 제출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개발도상국들 사이에 브릭스 협력에 참여하려는 열망이 커지고 있으며, 많은 나라들이 브릭스 협력 메커니즘에 참가하겠다고 지원했다”면서 “더 많은 나라들이 가족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브릭스 확대를 가속화해야 하며, 브릭스 플러스(BRICS Plus)라는 협력 형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7년부터 중국은 브릭스 플러스를 강력하게 제안해 왔다.

브릭스 확대를 두고 아프리카, 중동,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환영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진 않지만, 내심으론 반기는 분위기다.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심기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서방 국가들이 브릭스의 확대를 바라지 않는 이유는 서방 7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의 동맹체인 G7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빠른 속도로 약화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개는 짖어도 열차는 달리는 법. 이번 남아공 정상회의를 계기로 남반구를 대표하는 브릭스 플러스가 인구와 면적은 물론 경제 규모와 지정학적 영향력에서도 북반구를 대표하는 G7을 압도하는 상황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새롭게 변화하는 현실을 서방 국가들이 평화롭게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군사적으로 대항하느냐 여부다.

브릭스의 새로운 회원국 가운데 서방 국가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나라는 이란이다. 이란 정부는 브릭스 가입을 미국의 제재에 맞선 “전략적 승리”로 평가했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달러를 통한 미국의 제재에 반감을 갖고 있는데, 그 대표적 피해국인 이란에서의 브릭스 참여는 이들 국가에 남다른 감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북반구(Global North)가 지배하는 현행의 국제 질서에 문제가 많다는 인식은 남반구(Global South)만의 문제의식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현행의 국제 금융 질서가 “낡았으며, 기능부전이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다극 세계(a multipolar world)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대 변화에 맞게 유엔 등의 국제기구를 진정한 다자주의 체제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다자기구 없이 다극 세계의 안정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선언한 구테흐스 총장은 브릭스 정상회의 참가국에 혼돈의 파국을 막기 위해 “시급히 신뢰를 회복하고 다자주의를 재건하자”고 당부했다.

브릭스 회원국 확대는 산하의 국제은행인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의 참가국 확대와도 직결된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새로운 회원국들의 합류로 신개발은행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체제의 탈달러화(de-dollarisation)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서방 국가들이 지배하는 국제통화기구(IMF)와 세계은행의 영향력은 심각하게 약화될 것이다.

이렇게 글로벌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공장법 시절”의 산물인 G7과 한미일 동맹 타령이나 하면서 한가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낡고 썩은 동아줄이 끊어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브릭스 플러스의 출현은 대한민국이 하루라도 빨리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지혜를 발휘하고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을 선명하게 제기하고 있다.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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