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지우마 호세프(Dilma V. Rousseff) 전 브라질 대통령이 신개발은행(NDB)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총재에 취임했다. 신개발은행은 브라질·러시아·인디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 주도로 2015년 출범한 국제개발은행으로 본부는 중국 상하이에 있다.

신개발은행에는 브릭스 5개국에 더해 2021년 방글라데시·이집트·아랍에미리트·우루과이(참관) 4개국이 참가해 모두 9개국이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루과이를 제외한 회원국 재무장관 8명으로 구성된 신개발은행 이사회(Board of Governors)가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이사회는 창립 회원국에서 교대로 총재를 뽑는데, 지난 2월 브라질 대통령 룰라의 지명에 따라 지우마 호세프가 이사회 만장일치로 “신흥시장 개발도상국을 위한 공공 프로젝트와 민간 프로젝트의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신개발은행 총재에 선임된 것이다. 회원국에서의 청정 에너지, 교통 인프라, 상하수도와 위생, 디지털 인프라, 환경 보호, 사회 인프라 사업이 신개발은행의 자금지원 대상이다.

2012년 인디아의 수도 델리에서 열린 4차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주최국인 인디아는 미국과 서방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을 ‘보완’하기 위한 국제은행의 설립을 제안했다. 이후 2013년 남아프리카에서 열린 5차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5개국 정상들이 신개발은행 설립에 동의함으로써 그 추진이 본격화된다.

2014년 브라질에서 열린 6차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신개발은행 설립에 관한 합의문’이 채택됐고, 2015년 7월 인도 기업인 K. V. 카마트흐를 총재로 해 신개발은행이 출범했다. 신개발은행의 자본은 브릭스 5개국이 각각 18.98%씩 보유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 등 후발 회원국이 나머지를 분담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사회기반시설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신개발은행은 2016년 아시아개발은행(ADB) 및 세계은행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개발은행 총재로 일하게 된 지우마 호세프는 브라질의 재선 대통령 출신이다. 1947년 12월에 태어나 올해 74세인 호세프는 1964년 일어난 군부쿠데타에 대항한 좌익 운동가로 사회경력을 시작했다. 십대 때부터 좌파 정당활동에 깊이 관여했고, 이십대에는 극좌 게릴라단체에서 활동했다. 1970년 군부정권에 체포돼 잔인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석방 이후 대학에 들어가 경제학을 공부하고 삼십대부터 지방정부의 재정관으로 정치인 경력을 쌓았다.

2001년 노동자당(PT)에 입당해 2003년 출범한 룰라 대통령의 첫 내각에서 에너지장관을 역임했다. 2010년 10월 대선에서 승리해 2011년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호세프는 2014년 10월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2016년 중순 정부예산 법령 위반을 이유로 의회에서 탄핵당했다.

지난 3월1일 세계경제포럼(WEF) 사이트에 “미국 달러가 주도하는 세상의 종언”이라는 부제의 글이 실렸다. 금융분석가인 미디트리 자벨린(Dimitry Zabelin)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25%와 세계 무역의 16%를 대표하는 브릭스 국가들이 ‘탈달러’(dedollarizing) 활동을 개시한다면 그 파급력은 브릭스 국가를 넘어 전 세계에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통합보다는 자국 안보를 우선하는 경향과 ‘탈달러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힌 자벨린은 “달러 중심의 서방 경제 블록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블록 사이의 지역 분단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이러한 세계사의 전환점에 브라질의 전 대통령 호세프가 ‘탈달러화의 선봉’이 될 신개발은행 총재로 일하기 위해 상하이로 간 것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의미심장한 일이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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