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임옥상 화백이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임 화백 작품인 ‘전태일 동상’이 철거 위기에 처했다.

전태일재단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재단은 이번 사건에 대해 충격과 실망을 느끼고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전태일 동상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동상 철거가 논의되는 이유는 이를 만든 임 화백의 성추행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2013년 8월 자신이 운영하는 미술연구소 직원인 A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임 화백에게 지난 17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 판사는 “임씨와 피해자의 관계와 추행 정도, 범행 후 경과 등에 비춰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 화백도 재판 과정에서 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이미 전국에 있는 임 화백의 작품이 철거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시립 시설에 설치된 임 화백의 작품 6점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남산 일본군 위안부 추모 공원 ‘기억의 터’에 설치돼 있는 ‘대지의 눈’ ‘세상의 배꼽’이 대표적이다.

임 화백의 대표작인 전태일 동상 역시 철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전태일 동상은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 양대 노총 등 노동자·시민의 모금으로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 전태일다리에 설치됐다. 서울시는 “공공부지에 임옥상 작품이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단에 이전을 요청한 상태다.

재단은 ‘전태일 동상 공론화위원회’에서 존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음주 내부적으로 고문단·운영위·이사회 등을 소집해 논의한 뒤, 당시 모금을 주도했던 노동계와 문화·여성·청년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공론화위를 통해 결론을 내린다. 재단 관계자는 “공론화위를 한다고 해서 시간을 지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민사회에서 전태일 동상은 노동운동의 상징이지만 철거하지 않을 경우 전태일 정신까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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