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택배기사들이 산재요양과 예비군 훈련 등을 이유로 해고되는 일이 발생했다. 택배노조는 노조는 “지난달 17일 쟁의권을 확보한 뒤 2주도 안 돼 벌어진 일”이라라며 “노조 탄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배송률 높이려 폭우 속 일하다 다쳐
“쾌유 바란다”더니 복귀하자 클렌징

6일 택배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쿠팡강남지회에서 지난달 24일 조합원 3명, 같은달 31일 2명이 수행률 미달을 이유로 배송하던 구역을 잃었다.

CLS는 지난달 10일 송파5캠프에 근무하는 신아무개 조합원, 권아무개 조합원, 조아무개 조합원의 라우트(배송구역)를 메타어드민이라는 공개입찰 사이트에 올린 후 2주 동안 수행률을 끌어올리라고 통보했다. 클렌징 대상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CLS는 매주 월요일마다 수행률이 기준에 미달하는 구역을 이곳에 올린다. 대리점 소장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해당 구역들의 수행률, 수행률 등급, 입찰 참여자수, 입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신아무개 조합원은 수행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 13일에 폭우 속에서 배송을 하다가 계단에서 굴러 꼬리뼈를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산재 신청도 했다. 신씨는 같은날 오후 사고 소식을 CLS 관리직인 캠프리더, 대리점 소장과 팀장 등 21명이 들어가 있는 마이크로 팀즈(Teams) 단체 채팅방에 전했다. 한 관리자는 “오늘 신 팀장님 미투입으로 인지하면 될까요?”라고 물은 후, 신 조합원의 라우트를 휴무라고 표시한 출근인원 목록을 올렸다. 그러면서 “위와 같이 확인했습니다. 빠른 쾌유를 바라겠습니다”고 말했다.

신씨는 다음날인 오전 병원에 다녀온 뒤 “꼬리뼈 골절로 며칠 출근을 못하게 됐다. 호전되는 대로 출근일자 공유하겠다”고 채팅방에 보고했다. 그는 지난달 23일까지 요양한 뒤 24일에 캠프에 복귀했다. 신씨가 요양하는 동안 그의 구역에서 CLS가 직접고용한 기사 쿠팡친구가 투입돼 일했기 때문에 배송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수행률은 떨어졌다. 신씨는 복귀한 그날 클렌징(구역 회수) 통보를 받았다. 권아무개 조합원은 지난달 18일부터 같은달 20일까지 예비군 훈련에 가야 해서 배송을 할 수가 없었다. 팀장인 신씨가 단체 채팅방에 이 같은 사실을 예비군 통지서와 함께 전달했다. 그런데 권씨도 지난달 24일 클렌징을 통보받았다.

택배노조는 “산재급여를 신청하고 예비군에 동원되었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하면 안 된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과 예비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쿠팡이 회수한 구역은 난배송 지역으로 계약 당시부터 2회전 배송을 하지 않았던 구역”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2회전 배송을 하지 않고 수행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협의조차 없이 구역을 회수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매주 월요일 배송구역 공개입찰
“언제 잘릴지 불안에 떨어”

CLS는 17일에는 다른 택배기사 3명의 구역을 공개입찰에 붙이고 2주일 동안 수행률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이들 중 두 명이 수행률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최종 클렌징 됐다.

한편 지난 5월 외조모상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클렌징된 분당지회 조합원 ㄱ씨는 대리점의 배려로 다른 구역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차량 고장, 자녀 질병으로 이틀을 쉬었다가 최근 다시 클렌징됐다. 분당지회에는 ㄱ씨 외에도 한 명이 최근 클렌징 당했고, 앞으로도 3명의 조합원이 클렌징될 예정이라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기사들은 매주 월요일 자신의 구역이 클렌징 대상인지 걱정하며 극도의 긴장감과 불안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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