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병무청이 예비군 훈련을 다녀온 택배노동자를 클렌징(해고)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했으나 경찰이 불입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단서가 부족해서 불입건”
병무청 “수사 관련 언급 부적절”

2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CLS 병역법 위반 혐의 사건을 불입건으로 결정한다는 통지서를 최근 병무청에게 보냈다.

사건은 지난 7월 발생했다. 택배노조 쿠팡강남지회 조합원 CLS 퀵플렉서(택배노동자) 권아무개(28)씨는 올해 6월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를 받고 7월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 강원도 춘천에서 실시된 훈련에 참가했다. CLS는 권씨가 예비군 훈련에 참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훈련에 참여하기 전인 7월14일에는 권씨 대리점 소속 팀장이 CLS 직원과 대리점, 택배기사가 모여 있는 ‘팀즈’라는 대화 애플리케이션에 권씨의 훈련사실을 사전에 고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24일 월요일 훈련을 다녀온 권씨는 CLS가 대리점에 낮은 수행률(배송률)을 이유로 자신의 구역을 회수(클렌징)하겠다고 통보한 사실을 듣게 됐다. 2박3일간 자리를 비우면서 권씨 수행률이 떨어진 게 원인이었다. 택배노동자가 배송하기로 한 구역을 회수당하면 일감이 없어지므로 자연스레 해고된다. CLS는 택배노동자들이 특정 구역에서 정해진 수행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클렌징하는 방식으로 택배노동자들을 관리해 왔다. 노조에 따르면 클렌징에 대한 이의제기나 소명도 불가능해 택배노동자로서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노조는 지난 8월 보도자료를 통해 권씨를 포함해 산재요양을 이유로 클렌징된 사례들을 소개했다. 7월 말 일자리를 잃은 권씨는 두 달여가 지나서야 다른 대리점에 택배노동자로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일방적인 클렌징을 당한 택배노동자들은 이곳저곳 일자리를 알아보며 수입이 없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강민욱 노조 쿠팡강남지회장에 따르면 클렌징 이후 권씨는 한동안 강 지회장의 구역을 나눠 맡다가 다른 대리점의 ‘백업기사’로 일한 뒤 10월 초에야 일자리를 찾게 됐다.

병무청은 본지 보도를 통해 사건을 접한 뒤 CLS가 병역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파악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병무청은 권씨에게 진술서도 받았다. 병역법 74조의4는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 고용주가 병력동원소집 등에 의해 의무를 이행할 때 소집된 기간을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학교장이나 고용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93조2항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수서경찰서는 “병무청에서 수사 단서로 제공한 것이 <매일노동뉴스>기사가 유일했다”며 “추가 정보를 요구했으나 (병무청이)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단서가 부족해 수사가 어려워 불입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병무청 대변인은 권씨가 제출한 진술서를 경찰에 제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수사와 관련된 사항을 병무청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너무 쉬운 해고, 대책 만들어야”

예비군 참여 등을 이유로 CLS 노동자들이 더 이상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 대학생이 예비군 훈련 참여를 이유로 수업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지난 6월 국민의힘과 정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출결 등에서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고 수업 결손에 대해 보충하도록 학습권을 보장하는 내용까지 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없는 특수고용 노동자인 택배노동자는 해고 같은 클렌징을 당해도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태다.

강민욱 지회장은 “특수고용 노동자이고 간접고용 노동자이다 보니 CLS에서 쉬운 해고가 가능하도록 여러 제도를 만들었고, 병역법을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놓이게 됐다”며 “병무청과 경찰의 대응이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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