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노조 회계서류를 공시한 노조에만 조합비 세액공제를 한다는 정부의 소득세법 시행령에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의 회계 결산공시 책임을 조합원에게 묻는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25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공익회계사네트워크 맑은(대표 이상근)은 이날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지난달 15일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이 위법하다는 취지다. 이 단체는 시행령 개정안이 조세법률주의·조세형평성을 위반하고, 노조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소득세법의 특별세액공제 조항에 따라 일반기부금 등은 기부금세액공제를 하게 돼 있다. 조합비를 기부금으로 보고 공제를 한다. 부당한 방법으로 세액공제를 받으면 추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맑은은 의견서에서 “노동조합이 결산공시를 적정하게 하지 않은 것은 조합원에게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부당한 방법으로 공제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회계서류 공개 여부를 결정한 노조 행위에 대한 책임을 개별 조합원에게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미다.

정부 개정안은 단위노조·산별노조·상급단체까지 모두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만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단위노조가 결산 공시를 하더라도 상급단체가 하지 않으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는다. 맑은은 “공시에 책임이 없는 조합원도 기부금세액공제를 배제하는 것은 일종의 연대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결산공시를 이행한 조합의 조합원과 이행하지 않은 조합원 사이에 불합리한 차별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사업자단체 회비와 노조 조합비를 차별해 조세형평성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사업자가 사업자단체에 납부하는 회비는 한도 없이 전액 비용공제를 해 주는데, 회계서류 공시와 이를 연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노조 자주성 침해 문제도 지적했다. 정부 개정안이 이행하면 고용노동부는 결산공시 적정성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국세청장과 원천징수의무자(기업)에게 통보해야 한다. 이상근 대표는 “기업체가 가입한 사업자단체는 아무런 회계투명성을 요구받지 않고 있는데 노동조합에만 회계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노사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심화시킨다”며 “노조의 과세정보는 회사와의 교섭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항으로 노조 결사권과 단체교섭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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