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포항지부와 광주전남지부·포스코사내하청지부는 24일 오전 포항 포스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에서 일하다 직업성 앞으로 사망한 김태학씨에 대한 포스코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산재승인을 2년 가까이 기다리던 포스코 하청노동자가 직업성 폐암으로 산재승인 통보를 받은 지 보름 만에 눈을 감았다. 산재 신청에서 승인까지 무려 635일이 걸렸다.

24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포스코 하청업체인 ㈜롤앤롤 소속으로 2선재공장에서 롤 정비 업무를 하던 고 김태학(56)씨는 지난 20일 폐암 4기 투병 중 사망했다. 18일 병세가 악화해 포항성모병원에 입원했지만 20일 오후 4시께 끝내 숨졌다.

김씨 배우자 “30년 세월 보상이 암 덩어리인 것을 포스코는 아느냐”

김씨는 1990년 3월1일부터 포스코 정규직으로 입사해 3선재공장에서 롤 정비 업무를 했다. 기계를 용접, 연마하는 작업부터 베어링 정비와 세척, 롤 재가공 같은 작업을 했다. 롤 연마 과정에서 니켈 분진과 6가 크롬 같은 용접흄, 금속흄, 오일미스트, 카본 분진에 노출됐다.

그는 2006년 1월1일부터 포스코에서 분사한 협력업체로 소속이 바뀌었지만 하는 일은 같았다. 2018년 2선재공장으로 옮긴 게 변화라면 변화다. 32년간 유해환경에서 일한 몸은 서서히 무너졌다. 김씨가 처음 폐암 자각증상을 느낀 것은 2021년 4월11일이다. 그해 6월4일 병원에서 정밀검사 결과 비소세포성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진단에도 산재인정은 멀었다. 2021년 10월8일 신청해 지난 5일 산재 인정을 받기까지 635일이 걸렸다. 2021년 10월8일 동료 2명과 함께 집단 산재신청을 했다. ㈜포지트 소속 서아무개씨는 폐암을, 포스코 정규직 우아무개씨는 백혈병을 앓았다. 하는 일은 유사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공단 직업환경연구원에 의뢰한 것은 지난해 1월5일이다. 연구원은 올해 5월24일 결과를 회신했다. 역학조사 기간은 무려 504일에 이른다.

그새 김씨의 몸은 시나브로 아팠다. 결국 5일 산재 승인 통보를 받은 뒤 보름 만에 눈을 감았다. 24일 노조가 포항 포스코 본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여한 고인의 배우자 김수정(52)씨는 “젊음을 바쳐 죽도록 일한 30년 세월이 준 보상은 행복이 아니고 핍박과 차별이었다”며 “뇌까지 전이돼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며 “매일 통증으로 신음만 흘리는 모습에도, 두 손 잡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참담한 심정을 포스코는 아느냐”고 외쳤다. 산재 승인을 기다리다 숨진 이는 김씨만이 아니다. 우씨는 지난달 29일 사망했다. 이들에 앞서 롤앤롤 소속 정아무개씨도 2020년 11월 폐암으로 사망했다. 지금도 산재심의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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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줄곧 역학조사 기간을 줄이라고 요구해 왔다. 권오산 노조 광전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직업성 암이 이미 여러 차례 있었고 집단 산재신청 사례도 있으니 추정의 원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며 “사실상 정부가 고인의 죽음을 앞당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재 승인 통보라도 받아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김씨는 2017년 노조 가입 이후 같은해 10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광주지법에 제기했다. 1심과 2심을 차례로 이겨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같은 집단소송 1·2차 소송인단이 이미 대법에서 이겨 정규직이 됐다. 김씨도 승소 여지가 컸다. 하지만 끝내 포스코 사원증은 손에 쥐지 못했다. 김씨는 산재신청 후 승인이 지연하고 생계가 어려워지자 투병 중인 몸으로 공장을 다니기도 했다. 노조는 “포스코는 2005년까지 고인을 고용한 사용주였고 이후에도 산업안전보건법령상 도급인으로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있다”며 “고인의 폐암 중대재해 사망은 포스코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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