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대형마트와 배송 위탁계약을 체결한 ‘온라인 배송기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 운송업체인 서진물류 사측이 지난 7월 1심에 이어 2심에서 패소했고, 다른 운송사인 유진로지스틱스 사건도 2심이 배송기사 손을 들어줬다. 판결이 확정되면 유사한 형태의 운송업계 계약 관행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1심 “운송사 지휘·감독, 소득 의존”

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2부(위광하·홍성욱·황의동 부장판사)는 홈플러스 운송사 유진로지스틱스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회사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유진로지스틱스는 홈플러스·홈플러스스토어즈와 2년 단위로 운송계약을 맺고 배송기사들을 모집해 별도의 배송계약을 체결했다. 유진로지스틱스와 계약을 체결한 배송기사 150여명이 가입한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가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거부하고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을 제기해 인용됐다.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하자 사측은 2020년 11월 소송을 냈다. 쟁점은 배송기사가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지였다. 1심은 △계약내용을 특정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홈플러스와 배송기사 간 지휘·감독이 존재하는지 △노동 3권 보장 필요성이 있는지를 노동자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재판부는 배송기사의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배송기사는 계약서의 개별조항을 취사선택하거나 내용을 변경할 수 없고 계약체결 여부만 결정할 수 있을 뿐”이라며 “유진로지스틱스가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배송기사들이 업무 일부 사항을 자유롭게 결정했다는 사측 주장에도 “(배송기사들이) 계약에서 허용한 범위 내 재량권만 행사한 것”이라며 일축했다.

2심도 노동자성 인정
“산재 위험, 노동 3권 보장해야”

사실상 유진로지스틱스의 지휘·감독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진로지스틱스는 배송기사들의 배송 여부를 확인하거나 결과를 보고받는 데 그치지 않았다”며 “배송매뉴얼에는 고객 응대 화법이나 용모·복장 등을 상세하게 규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회사는 배송기사들이 평가항목을 위반하면 교육 실시, 운송료 삭감, 배송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줬다.

재판부는 “유진로지스틱스는 배송기사의 집단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계약 해지사유로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배송기사가 계약조건을 개별적으로 협의할 수밖에 없었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계약해지 외에는 다른 대응 수단이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송기사들이 노조를 통해 유진로스틱스와 교섭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측은 항소하면서 배송기사의 ‘겸업’을 노조법상 노동자성 부인의 근거로 주장했다. 하지만 2심은 “비록 전속성과 소득 의존성이 강하지 않은 측면이 있더라도 이를 들어 배송기사가 노조법상 근로자임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송기사는 업무내용상 각종 사고나 질병 등 산업재해에 노출될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데도 경제적·사회적 안정성의 보장이 열악하다”며 “노조법 취지 및 배송기사의 지위를 고려했을 때 배송기사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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