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한국전력공사·LH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8개 공공기관이 ‘미흡(D)’ 이하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이 반영된 첫 경영평가다.

적자가 누적되던 기관 내부에선 결과를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경영 효율성을 강조하며 재무성과 비중을 두 배 확대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무엇을 위한 경영평가냐는 반발이 거세다. 공공서비스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공공부문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등급 줄세우기, 결국 공공성 약화로 이어져

한전은 이번 평가에서 두 번째로 낮은 미흡 등급을 받았다. 누적 적자 44조6천억을 기록하는 등 한전의 경영 악화는 전 국민이 알고 있다. 하지만 한전의 적자는 방만경영 등 내부 책임이 아닌 외부적 요인이 크다는 게 공통 지적인 만큼 이번 경영평가 의미를 따져 묻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지만 전기요금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감당하면서 대기업과 민간발전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보는 구조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방만 경영’이라고 비난했고 결국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 5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나온 경영평가는 등급 줄세우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사업 축소로 공공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전력시장 민영화를 위한 단계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전력구매계약 허용 범위 확대 등으로 발전에 이어 송전까지 민영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경영평가로 한전 경영의 비효율성이 강조되면 전력시장에서 민간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임대주택, 지을수록 손실인데…

경영평가의 이유를 묻는 건 3년 연속 미흡 등급을 받은 LH도 마찬가지다.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적자를 경영 실패로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광조 LH노조 위원장은 “임대주택을 지을수록 손실이 나는 구조”라며 “열심히 사업을 수행해도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할 필요가 없지 않냐는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평가 기준이 일률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적자의 절대적 총량이나 규모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LH의 경우 2021년 4조2천억원, 지난해 1조4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절대적 규모로 보면 공기업 중 최고 수준인데 감소폭이 66%라서 계량에서 낙제점을 받았다”고 짚었다.

재무중심 평가, 민영화 근거 되나

또 다시 민영화 길목에 선 코레일은 ‘아주 미흡(E)’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사고가 많았을 뿐 아니라 성과급 반납·인력 감축·사장 해임 등 조처가 진행되면서 내부에선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아울러 나희승 코레일 사장이 지난 3월 해임된 이후 해임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이번 낙제점으로 소송 변수를 차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민영화 논란 속에 출범한 ㈜SR의 경우 부채 비율이 2천%가 넘지만 이번 평가에서 ‘보통(C)’ 등급을 받았다. ㈜SR의 부채비율은 2019년 이후 줄곧 200%를 상회했지만 정부의 리스부채 제외, 출자 등을 통해 150% 미만이 유지되고 있다. 국가철도공단 역시 2004년부터 18년간 회계 조작을 통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보통(C) 등급을 받았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코레일의 기능 조정을 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8월 초 ‘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용역 결과를 발표한다. 코레일의 시설유지·보수 업무와 관제권을 국가철도공단에 이관 여부 검토하는 내용이다. 노조는 “이관 근거를 만들기 위한 용역”이라며 우회된 민영화라고 반발하고 있다. 9월 SRT 운행 확대 역시 노조는 철도 민영화를 위한 SR 밀어주기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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