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신일정밀지회 노동자들이 2021년 3월23일 국회 앞에서 신일정밀의 부당노동행위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굴삭기 부품인 선회베어링 제조업체인 신일정밀이 2020년 단체교섭 거부를 포함해 위장폐업·노조 비방 게시물 부착·CCTV 감시 등 노조를 탄압한 행동은 모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이 불기소한 부분도 행정소송에서 전부 인정됐다.

금속노조 가입에 방해 시작, 7개 부당노동행위 판정

1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 부장판사)는 강원도 강릉의 선회베어링 제조업체 신일정밀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지난 11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노사 갈등은 노조 조직형태가 변경된 2020년 7월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업별 단위노조인 신일정밀노조는 금속노조 신일정밀지회(지회장 용석일)로 조직을 변경했다. 임시총회에서 조합원 120명 중 85명이 참석해 83명이 찬성했다. 이때부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시작됐다. 그해 10월22일까지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회사가 응하지 않자 지회는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회사는 지회로의 조직형태 변경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회는 △전임자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단체교섭 거부 △2020년 9월 폐업 예고 △2020년 10월 전면파업 종료시까지 생산에 참여한 직원에게 장려금 지급 △쟁의행위 참가 조합원 비방 취지의 게시물 부착·비방 문건 조합원 주소지 발송 △쟁의행위 중 대체인력 채용 △CCTV를 이용한 노조활동 감시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사내 게시물 부착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7개의 부당노동행위를 전부 인정했다. 그러자 회사는 2021년 6월 소송을 냈다. 사측은 재판에서 조직형태 변경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는 교섭권자를 알 수 없었고, 전임자에 관한 사항은 임금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법원 “단체교섭 거부와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법원도 7개 행위 모두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 먼저 ‘단체교섭 거부’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의심될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는데도 회사는 교섭권자의 지위를 확인하겠다는 명목으로 집요하게 근거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기업별 노조가 있던 당시에도 사측이 성실히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는 부분 역시 근거가 됐다. ‘전임자 요구’와 관해서도 삭제 입장만 고수하며 여러 차례 임금교섭 중단을 통보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명확히 했다. ‘폐업 예고’의 경우 위장폐업이라고 판단했다. 회사는 노동청의 안전점검 과정에서 조합원을 신고하고, 감독이 끝난 직후 폐업을 예고했다가 17일 만에 철회했다. 그 무렵 지회는 조정신청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경위에 비춰 폐업 예고는 노조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 진실한 기업폐지 의사가 있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장려금 지급’ 역시 전면파업 종료시까지 출근해 생산에 참여하는 직원으로 한정해 노조활동에 영향을 줄 의도가 명백하다고 봤다. 이어 ‘게시물 부착’과 관련해 재판부는 “지회를 비난하거나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거나 징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나아가 우편물 발송은 파업을 압박할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강조했다. ‘대체인력 채용’과 ‘CCTV 감시’ 부분 또한 지배·개입 의도가 존재했다고 봤다.

검찰 불기소 부분도 인정, 6월21일 형사사건 선고

주목할 대목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한 부분이다. 지회가 2020년 11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당시 경영진과 회사를 고소하고 노동청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단체교섭 거부·CCTV 감시 행위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재정신청까지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형사소송에서 무죄가 선고됐다고 해서 행정소송에서 처분사유 존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수사기관의 불기소처분도 마찬가지다”고 판시했다. 회사가 중노위 판정을 뒤집을 만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회는 판결을 환영하면서 당시 경영진에게 엄벌을 촉구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민신기 전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6월을, 법인에 벌금 1천만원을 구형했다. 다음달 21일 1심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용석일 지회장은 “법을 준수하며 쟁의행위를 했는데, 당시 경영진 탄압으로 조합원들의 노조활동뿐만 아니라 생계까지 위협받았다”며 “전 경영진이 법대로 처벌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회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이어갈 방침이다.

지회를 대리한 강빈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신일정밀의 2020년 부당노동행위는 ‘부당노동행위 종합세트’였다”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를 늦게나마 확인받았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당시 경영진에게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 다른 사업장에서 부당노동행위가 반복되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