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베어링 생산업체인 신일정밀이 노조와 교섭 과정에서 돌연 폐업을 공고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금속노조 신일정밀지회(지회장 손재동)에 따르면 이날 오전 회사는 노사 간담회 자리에서 폐업철회 의사를 밝혔다. 간담회는 회사쪽에서 요청했다. 민신기 대표이사가 사퇴하고 최아무개 이사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사실도 전했다. 지회는 이 자리에서 “폐업철회 공고를 게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폐업 논란은 지난달 18일 민 전 대표가 사내게시판에 ‘직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공고문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해당 공고문에서 민 전 대표는 “평생을 법은 준수하겠다는 신념으로 경영을 해 온 본인이 범법자가 될 처지에 이른 것”이라며 “더 이상 추한 경우를 당하지 말고 이쯤에서 사업을 접자! 폐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일정밀은 8월과 9월 두 차례 노동부 근로감독을 받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적발돼 수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회는 지난 8월 금속노조 가입 이후 임금인상과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자 이를 묵살하기 위한 위장폐업이라고 지적했다. 회사가 폐업에 나설 만큼 경영상 위기에 직면하지 않았는데 지회가 쟁의조정 신청을 하자 돌연 폐업 공고문을 게시했다는 주장이다. 지회 관계자는 “조정신청을 내자 오후에 바로 폐업 공고가 붙었다”고 전했다. 지회는 지난달 18일 오전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접수했는데, 같은달 28일 2차 조정회의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난 상황이다.

회사가 폐업철회 의사를 밝혔지만 지회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재동 지회장은 “아직 사내에 폐업철회 공고가 붙지 않았다”며 “상황에 따라 지회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도 “민신기 전 대표는 사임했지만 동생 민아무개 전무가 남아 오너 일가가 경영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회는 이날 간담회 이후 7일 2020년 임금교섭을 재개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회사에 보냈다. 신일정밀 노사는 지회가 조정신청을 내기 전까지 20여차례 교섭을 했다. 지회는 2.9% 임금인상을 요구안으로 제시했고 사측은 임금동결을 주장하며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교섭이 결렬됐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