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가 내놓은 비용 절감 자구책을 두고 발전부문에서 노정갈등 국면이 형성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방만경영과 귀족노조를 문제 삼으며 발전공기업 개혁을 추진할 경우 노동계의 저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가스공사 개혁을 앞세운 정부의 행보가 에너지 민영화 추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양대 노총 발전부문 공기업노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공운수노조와 전국전력노조는 전력공사와 가스공사가 발표한 자구책 이행에 협조하지 않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내부 대응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전과 가스공사는 각각 6조2천억원과 3조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내용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적자 해소를 위해 임금동결·사업축소와 부동산 매각 등을 추진해 한전 25조원, 가스공사 15조원 등 모두 40조원의 재무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노동계는 노조가 동의하기 힘든 내용을 자구대책으로 내놨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노조 때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력노조 관계자는 “방만경영이 적자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여당의 행보에 대해 직원들 사이에서는 억울해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부동산 매각은 민간 대기업이나 특정 세력에게 특혜를 주려는 것이란 의혹이 있고, 전력산업 발전에 대한 전망은 없이 임금 반납·동결을 말하면서 직원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두 공사의 자구안 발표를 바탕 삼아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도 노동계는 반대하고 있다. 가스공사지부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는 “지난해 민자 발전사들이 4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배경이 되는 에너지 정책을 개선하고 에너지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환수해 공공부문 적자를 줄여야 한다”며 “에너지 공기업이 국민에게 원가 이하로 에너지를 공급해 발생하는 적자는 정부 재정과 금융 지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자 개인에 부담을 지우는 요금 인상보다는 조세에 기반한 정부 재정정책으로 에너지 공공기관 적자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 추진을 저지할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정부의 이번 대책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권 전 정의정책연구소장(기후를 위한 경제학 저자)은 “부실·방만경영, 구조조정 추진, 자구가능성 없음이라는 절차를 거치며 여러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한 과거 보수 정권의 행보를 윤석열 정권이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며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방어적인 대응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계와 기후위기대응 진영은 녹색인프라 구축을 책임져야 하는 공기업인 한전의 체력과 몸집을 키워줄 대책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15일 오전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과 인상 시기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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