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택배노조 산하 쿠팡택배 지회가 들어서고 있다. 쿠팡 물건을 배송하는 특수고용직 퀵플렉서 노동자들은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 성남 분당, 고양 일산지회를 동시 창립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같은달 20일 “CLS가 클렌징(배송구역 회수)를 무기로 지속적으로 노동조건을 악화시킨다”고 폭로한 지 4일 만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택배노조 사무실에서 황준성(29·사진) 분당지회장을 만났다. 황 지회장은 “클렌징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노조는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LS에 왜 노조를 설립했을까. 노조가 설립된 후에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 노조설립 배경은
“내가 있는 택배대리점이 지난해 1월 쿠팡과 계약했다. 퀵플렉서들이 처음에 계약할 때 주 6일 근무를 했고 휴무도 자유로웠다. 하지만 갈수록 근무조건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쿠팡은 3개월이 지나자 ‘너희가 주말에 다 쉬니 구인이 어렵다’며 ‘주말에 쉬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휴무를 주말을 피해서 평일에 썼다. 그래도 구인이 어렵다고 주 7일 근무를 하라고 했다. 영업점에서 기사를 구해서 주 7일을 맞춰 줬다. 명절날 쉬지 말라고 한 것도, 올해 1월 수수료를 삭감한 것도 받아들였다. 그런데 쿠팡에서 간선차량 도착 시간이 새벽 3시인데 점점 늦게 왔다. 거의 새벽 4시에 왔다. 물건을 빼서 분류하고, 스캔하고, 차량에 적재하고 배송 출발해서 배송 목적지에 도착하면 새벽 5시다. 배송은 제시간인 오전 7시에 끝나야 했다. 2시간 안에 거의 100가구가 가까운 물량을 배송해야 한다. 그걸 못하면 클렌징(구역회수) 사유다. 갈수록 근무환경이 열악해지는 와중에 시키는 대로 가장 열심히 일했던 동료가 클렌징을 당했다. 아이가 셋이고 주 7일 근무를 해 온 동료였다. 더 이상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어떻게 3개 지회가 동시 창립하게 됐나.
“원래는 강남·일산지회가 노조설립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통 노조 규모가 작으면 와해 된다. 그래서 노조원수가 40명이 넘는 분당지회를 중심으로 해서 같이 띄운 것이다.”

- 노조가 설립된 지 2주 정도 됐다. 현장에 어떤 변화가 있나.
“노동자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 초기에 ‘배송 차량을 빨리 보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게 이행이 되고 있다. 비가 오니까 배송 완료 시간을 늦춰 주겠다고 한다. 한때는 클렌징이 멈추기도했다.”

- 앞으로 노조가 주력할 부분은.
“표준계약서는 영업점과 퀵플렉스 노동자 간에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CLS 본사와 영업점 간에 써야 클렌징 문제가 해결된다. 본사가 해제(영업점에 구역을 안 주면)하면 끝인데 영업점과 퀵플렉스 노동자가 표준계약서를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본사에 표준계약서를 쓰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오늘(10일) 보낼거다. 5월 말에 쟁의권이 나오면 6월부터 클렌징 사유 중 하나인 프레시백 수거를 거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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