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80년대식 철지난 프랜차이즈 업계의 취업규칙 문제가 또다시 드러났다. 이번엔 패스트푸드 업체다.

12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한국맥도날드·롯데리아(롯데지알에스)·버거킹(비케이알)·맘스터치(맘스터치앤컴퍼니)·KFC(케이에프씨코리아)·서브웨이(서브웨이인터내셔날) 6곳의 취업규칙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류 의원은 “헌법이 정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노동 3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등 무법지대였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불규칙적 교대근무 ‘통보’ 여전

맥도날드는 그간 수차례 지적된 불규칙적인 노동시간 문제가 여전했다. 이곳의 시급제 직원용 취업규칙은 당초 근무일을 비롯한 근무시간과 시업·종업시간 및 휴게시간 변경이나 교대근무를 지시할 때 노동자와 사용자가 협의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고무줄 노동시간이 지속된다는 지적이 일자 취업규칙을 바꿔 노동자 동의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인 불규칙적인 노동시간 변경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 놓았다. 월급제 직원을 위한 취업규칙은 근무일과 근무시간, 교대근무를 사용자가 사전에 직원에게 통보만 하면 된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받았는데 이후에도 개선이 없는 셈이다.

롯데리아는 아예 노조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롯데리아 취업규칙 14조는 “사원은 취업시간 중 회사의 허가 없이 조합활동, 시위행진, 집회, 인쇄물 배포·게시, 기타 회사의 업무에 관계없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했다. 류 의원실은 “이렇게 대놓고 조합활동을 금지하는 취업규칙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롯데리아의 취업규칙과 달리 우리 법원은 노동자의 노조활동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2년 판결에서 “사실관계 일부가 허위이거나 표현에 다소 과장되거나 왜곡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목적이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한 것이라면 근로자의 정당한 활동범위”라고 판시했다.

KFC “재해시 회사 보존에 적극 협력”

KFC는 노동자에게 재해시에도 회사를 위해 일하라는 취지의 취업규칙을 만들었다. 단시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KFC의 취업규칙을 보면 “종업원은 재해, 기타 비상사태 발생시에는 근무시간의 내외를 막론하고 회사 보존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류 의원실은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사용자의 일방적인 비상출근명령은 특별한 사정과 더불어 개별 노동자의 동의와 노동부 장관의 인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FC는 또 집회, 시위, 선동적 언행으로 사내질서를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노동자의 출입을 제한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시위행진과 집회를 금지하는 대목에서 이미 헌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우려가 있는 경우까지 규제하고 있어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한다.

맘스터치는 이례적으로 노동자의 호적과 병역, 가족사항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다. 류 의원실은 “행정관청도 아닌 사용자에게 호적 변동을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이라며 “불필요한 편견과 차별을 낳을 수 있고 해당 정보를 사용자가 수집할 근거도 없다”고 비판했다.

버거킹과 서브웨이는 명시적으로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버거킹은 경비원의 몸수색이나 업무수행을 위한 요구에 불응하면 징계를 주는 일종의 불심검문 조항까지 뒀다. 류 의원은 “청년 집중 사업장인 버거업체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심각하다”며 “정부의 적극적 기획근로감독으로 기초고용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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