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방고용노동청장들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과거 국감에서 지적받은 사안임에도 자신의 임기 중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모른다”거나 제대로 답하지 못해 국회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판매직 3천846명 불법파견 의혹으로 지난해 국감에 올랐던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8월 청년노동자가 판매실적 압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또다시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해당 지역 지방노동청장은 청년의 죽음과 지난해 제기된 불법파견 논란에 대해 “오늘 알았다”거나 “몰랐다”는 입장을 보였다. 환노위 여야 의원들은 “자괴감이 든다”며 “오늘만 지나면 다 잊을 건데 국감을 왜 하느냐”고 비판했다.

불법파견 진정·고소·고발 기소율 11% 그쳐

환노위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고용노동부 지방고용노동청 국감을 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지방노동청의 불법파견 관련 소극적인 근로감독이 도마에 올랐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6개 지방노동청에 접수된 불법파견 진정·고소·고발 건수가 423건”이라며 “검찰기소는 47건으로 11%에 그쳤고 불기소는 77건, 혐의 없음 등으로 행정종결된 건수가 272건이나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부가 불법파견과 관련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불법파견 문제는 매년 국감에서 지적되는 사안이다. 올해 8월20일 김해 롯데하이마트 지점에서 판매직으로 일하던 28세 청년 A씨가 판매실적 압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설훈 의원에 따르면 A씨는 롯데하이마트에서 LG전자 제품을 판매했지만 롯데하이마트도, LG전자도 아닌 LG전자와 도급계약을 맺은 인력아웃소싱업체 소속이었다. A씨가 복잡한 고용구조 속에서 판매실적 압박에 빚까지 내며 사은품과 캐시백 등을 고객에게 지급했다고 유가족은 주장했다.

롯데하이마트 불법파견 논란은 지난해 국감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제기했던 사안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기동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은 “28세 청년의 자살을 알고 있느냐”는 설훈 의원의 질문에 “몰랐다. 오늘 알았다”고 잘라 말했다. 최 청장은 이정미 의원이 “지난해 제기된 불법파견 문제를 모르고 있느냐”고 묻자 “몰랐다. 청장 부임하기 전”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청장이 새로 부임할 때마다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며 “노동부 근로감독이 더뎌지면서 롯데하이마트가 불법파견 위법성을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노동청은 롯데하이마트 불법파견 의혹을 조사하고 근로감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늘만 지나면 다 잊어버릴 국감, 자괴감 든다”

지방노동청의 이 같은 행태는 부산노동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8월 아르바이트생 다리 절단 사고가 발생한 대구 이월드에서는 안전사고 외에도 연차근로수당 미지급 등 2억5천여만원의 임금체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월드 모회사인 이랜드는 2016년 자연별곡·피자몰 등 21개 프랜차이즈에서 83억7천200만원에 달하는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근섭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은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랜드 임금체불 사건을 알고 있으냐”고 질의하자 “그것은…”이라고 얼버무리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강 의원은 이랜드와 이월드의 임금체불 사건을 지적하며 “모기업의 이런 행태가 자회사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 계신 청장들은 이랜드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한 2016년 노동부에서 근무하지 않았거나 근로감독관으로 국감을 하는 날에도 현장에서 근로감독을 하느라 국감을 챙기지 못한 분들이 아니다”며 “(롯데하이마트 불법파견 논란처럼) 지난해 지적된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국감을 왜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 의원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고 국감을 하는 건데 오늘만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국감,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며 “어떻게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쉽게 나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소형가전 제조업체 위니아대우의 연차수당 미지급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통한 임금삭감이 도마에 올랐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동의 과정에서 관리자들이 동의서명과 찬반 여부를 감시했는데 진정에 대해 위반 없음으로 종결처리됐다”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업무처리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실태를 파악해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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