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관계부처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을 보고받았다. <대통령실>

“노조 조합원들도 도대체 내가 낸 회비를 집행부가 어디에 가져다 쓰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지만 노조원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왜냐, 가만히 안 놔두기 때문이다. 완전히 왕따시키고 고통을 주는 것 아니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소개했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중 ‘노동개혁’을 먼저 밀어붙이고 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바탕으로 노동시간 유연화·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내놨고, 노조 회계 공개를 요구하며 국고보조금 중단까지 들고나오는 등 연일 ‘노조 때리기’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직후 관계부처에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을 보고받은 뒤 직접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칭하며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울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동개혁 추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실패·폐기된 노동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것으로, 잘못된 선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조정이 시급하다는 공통된 주장이 나왔다.

“노조가 왕따, 건폭” 대통령 발언이라니
공무원노조·전교조에서 화물연대·건설노조 타깃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겸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최근 발간한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평가와 전망 그리고 과제 모색’ 이슈페이퍼에서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주요 정책이 15년 전 이명박 정부와 유사한 형태와 특징과 함께 노동을 정치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이데올로기적 통제양식의 차이점도 있다”고 진단했다.

유사한 정책으로 법과 원칙, 노사관계 선진화, 노동시장 유연화, 공공기관 효율화를 꼽았다. 김 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노사관계 갈등에 대해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하며 이를 ‘노사관계 법치화’로 개념화했다”며 “노동시장 관련해서는 연공 중심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임금·근로시간·고용 유연화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희생양이 필요했다. 과거 보수정부는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 강경대응으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노조설립 취소와 규약 시정명령 으로 제재했다. 윤 정부에서는 “3대 부패 중 하나가 노조부패”라며 화물연대와 건설노조가 그 대상이 됐다.

두 보수정부와 윤 정부 간 차이점도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1997년 이후 보수정부 노동정책은 그 목표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협력 혹은 상생 노사관계를 확립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관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윤 정부는 보수주의적 철학을 갖고 노동체제 방향을 추진하기보다 노동을 이용한 ‘정치전략’(지지율 향상)만이 존재한다”며 “윤 정부 시기 독단과 퇴행의 방식들은 변형된 ‘국가 포퓰리즘적 이데올로기’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윤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 간 가장 큰 차이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보완하기 위한 사회적 보호의제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라며 “중대재해나 정신건강 같은 노동안전 영역은 퇴행됐다”고 덧붙였다.

“협력적 노사관계 보수정부 철학 안 보여”
“잘못된 선례 반복 않도록 정책조정 시급해”

이런 진단은 이용규 정의당 정책위원이 최근 작성한 ‘폐기된 박근혜 노사정합의문은 어떻게 다시 윤석열표 노동개혁이 됐나’라는 이슈페이퍼에서도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이 정책위원은 “박근혜 정부는 연공급 임금체계와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연결고리로 양대 노총 내 정규직 노조를 비난하면서 박근혜표 노동개혁을 밀어붙였다”며 “문재인 정부는 박 정부가 중점 추진한 2대 지침(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공식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폐기된 박근혜표 노동정책이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 형식을 빌려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으로 부활했다”고 덧붙였다.

이 정책위원은 “윤 정부는 노조를 협상 상대로 인정하기보다 ‘법치 실현’의 대상으로 다루며 노동조건의 중대한 변화를 추진하면서 노조를 철저히 배제·탄압하고 있다”며 “박 정부 노동개혁이 실패한 이유는 노동존중의 진정성 없이 정치적 실리를 위해 노동자들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방식은 윤 정부에서도 “저임금 구조와 장시간 노동을 목표로 노조와 국민 편가르기, 노노 간 갈등과 노조 무력화·길들이기 방식을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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