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 해결촉구 지원모임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고소하며 검찰에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홍준표 기자>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지난해 3월21일 크레인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진 고 이동우씨 유족이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부회장)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유족측은 장세욱 대표가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인데도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입건된 김연극 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말 인사에서 퇴임했다.

유족이 장 대표를 고소한 이날 또다시 동국제강에서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0분께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고철 운반차량 운전기사가 숨졌다. 사건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입건’ 김연극 대표는 COO, 작년 퇴임
‘미입건’ 장세욱 대표는 최종 결정권자 CEO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 해결촉구 지원모임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고소하며 검찰에 수사를 촉구했다. 이동우씨 사고 수사는 더딘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김연극 전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국제강 포항공장 공장장과 하청업체 창우이엠씨 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송치됐다. 사고 발생 10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동국제강의 공동대표인 장세욱 부회장은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기본적으로 장 대표를 입건해야 한다는 방침이지만, 검찰 지휘를 받다 보니 판단이 유보됐다”고 설명했다. 노동청은 장세욱·김연극 두 공동대표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유족은 장 대표의 미입건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를 대신해 ‘월급 사장’인 김 대표만 입건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원모임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 수사로 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동국제강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장 대표는 2015년 1월 취임해 현재까지 대표이사로 등기돼 있다. 김 전 대표는 2019년 3월 취임해 지난해 12월16일 사임했다. 주주현황(2021년 12월 기준)을 봐도 장 대표는 2대 주주(지분율 9.43%)인 반면 김 전 대표는 지분율이 0.01%에 불과하다.

특히 장 대표는 사업보고서에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올라 있다. 총체적인 경영을 책임지면서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모든 업무에 최종 결정권이 있는 위치다. 반면 김 전 대표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공시돼 있다. COO는 기업 내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장세욱 대표가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이동우씨 아내 “진짜 사장이 남편 목숨 책임져야”

이를 근거로 유족측은 장 대표가 ‘실질적 경영책임자’인 만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월 일선 검찰청에 배포한 벌칙해설서에서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해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경우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장 대표는 사업의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CEO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지게 된다”며 “이를 위반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경영책임자로서 고소하니 엄정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소속인 문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율)도 “장 대표가 실질적 경영책임자가 아님이 수사 결과 밝혀진 것인가”라며 “엄정한 법 집행이 법의 실효성을 살리는 핵심이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장 대표를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우씨 아내 권금희씨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당시 임신했던 권씨는 현재 4개월이 지난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다. 그는 “안전사고는 누가 어떤 형벌을 받느냐에 따라 분명 달라질 것”이라며 “진짜 사장인 장 대표가 남편의 목숨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부산 경동건설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고 정순규씨의 아들 정석채씨는 “바지사장을 앞세워 실질적인 최고경영자는 법망을 피해 가는 수법”이라며 “검찰이 제대로 기소조차 하지 않으면 경동건설과 같이 본부장이 승진해 대표 자리에 앉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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