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 해결 촉구 지원모임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동국제강과 장세욱 대표의 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준표 기자>

“오늘은 남편이 죽은 지 255일째이고, 아들이 태어난 지 50일째입니다. 날짜를 같이 세 가며 사는 것이 너무 힘드네요. 웃는 아이를 남편이 한 번만 안아 봤으면 하는데, 남편은 세상에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검찰이 너무 원망스럽네요.”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올해 3월21일 크레인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진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38)씨의 아내 권금희씨가 지난달 30일 회사와 합의한 지 5개월여 만에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검찰이 사고 발생 8개월이 지나도록 동국제강 책임자를 입건조차 하지 않은 사실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그는 “검찰이 동국제강 편에 서서 보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연극·장세욱 대표 이미 출석조사
수사 개시했는데도 ‘입건’ 미이행

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동우씨 사고를 수사하는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현재까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세 차례 ‘보강수사’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청이 여러 차례 입건 지휘를 건의했지만, 검찰이 보강수사만 지휘한 채 입건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측은 검찰의 수사가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 해결 촉구 지원모임(지원모임)’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국제강과 장세욱 대표의 기소를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의 ‘신속성’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규탄했다.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16조1항)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피혐의자의 수사기관 출석조사 등에 착수하면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보고, 해당 사건을 즉시 입건해야 한다. 노동청이 지난 3~5월께 장세욱·김연극 공동대표를 불러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검찰이 규정을 어긴 셈이다.

유족을 대리하는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동국제강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을 개연성이 충분한데도 8개월이 지나도록 내사 상태로 머물러 있다”며 “수사의 신속성은 어디에 팔아먹었나. 지연된 정의는 결코 정의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검찰이 입건조차 미루고 있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시도하는 정부 입장을 고려해 사건을 처리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올해 3월21일 크레인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진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38)씨의 아내 권금희씨(사진 오른쪽)가 지난달 30일 대검찰청에 입장문을 전달하고 있다. <홍준표 기자>
▲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올해 3월21일 크레인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진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38)씨의 아내 권금희씨(사진 오른쪽)가 지난달 30일 대검찰청에 입장문을 전달하고 있다. <홍준표 기자>

유족 “경영책임자 처벌, 죗값 물어야”
‘수사 촉구’ 입장문, 대검에 전달

유족측은 사고 이후 꾸준히 경영책임자 처벌을 요구해 왔다. 동국제강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지원모임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했으므로 경영책임자를 기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우씨가 천장크레인에 올라가 보수작업을 할 때 크레인 전원이 차단되지 않았고, 상부 신호수가 배치되지 않은 채 작업자들만 크레인에 올라간 것은 동국제강의 위험요인 확인 시스템이 없어 일어난 사고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장세욱 대표에게 있다고 유족은 강조했다. 장 대표는 9.43%의 지분을 보유한 동국제강의 2대 주주다.

유족측은 기자회견 직후 대검찰청에 수사 촉구 입장문을 전달했다. 입장문에는 △수사를 더는 지연하지 말 것 △동국제강과 경영책임자를 즉각 입건하고, 올해 내로 신속히 기소할 것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인 장세욱 대표를 기소할 것 등의 요구사항이 담겼다. 대검 노동수사지원과에서 민원을 처리할 예정이다.

수사 진행 상황과 관련해 노동청 관계자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사는 애초 기조대로 하는 상황이다. 수사지휘를 받는 입장에 있다 보니 다시 보강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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