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중형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회사·관계사가 운영하는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를 우대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승객이 미가맹·가맹택시 여부를 선택하지 않고 택시를 호출(일반호출)할 때 가맹택시에 유리한 알고리즘을 짜 가맹택시 배차확률을 높였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런 배차 우대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수를 늘리는 데 활용됐고, 일반호출 시장의 지배력을 유지·강화해 시장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카카오T의 일반호출 서비스는 전체 택시 23만2천대 중 98%를 차지한다. 승객은 통상 무료로 호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공정위는 14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잠정 매출액 기준으로 과징금 액수는 이후 변동될 수 있다.

“승객 1분 거리 미가맹택시 보다
6분 거리 가맹택시 우선배차”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2019년 3월20일부터 2020년 4월 중순께까지 승객과 더 가까이 있는 비가맹택시가 아닌 더 멀리 있는 가맹택시에 우선배차하는 차별을 했다고 봤다. 가맹택시가 일정 픽업시간(6분) 내에 존재하면 승객이 호출한 장소와 0~5분 거리에 위치한 미가맹택시보다 우선 배차했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가맹기사 우선배차 행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수를 늘리는 확실한 사업확대의 수단으로 임직원도 이를 인식하면서 적극적으로 (우선배차 정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작성한 내부자료를 공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3월 작성한 내부문서에 “가맹택시 배차의 주목적은 가맹택시가 어느정도 수익을 내는 것에 초점이 있는 로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해 5월에는 “(카카오T)블루 기사들의 수입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일반(호출)콜, 스마트콜을 보내주고 있다”는 취지의 자료를 작성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우선배차에 일부 임직원은 2019년 11월 카카오톡을 통해 “대구 비가맹 기사님들의 콜 수지도 궁금하긴 하네요. 너무 압도적으로 몰아주는 형태가 되면 말들이 나올 수 있을 텐데”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가맹·미가맹 차이 뚜렷한
호출수락률 우선배차 근거 사용은 차별”

호출 수락률이 높은 기사에서 우선배차하는 인공지능(AI) 우선배차 시스템도 가맹·미가맹 택시의 배차 차별의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승객이 택시를 호출하면 택시기사는 콜 수락 여부를 결정하는 데 통상 미가맹택시의 수락률은 10%에 불과한 것을 고려해 수락률이 40% 또는 50% 이상인 기사만을 대상으로 우선배차했다는 것이다. 가맹택시의 콜 수락률은 70~80% 수준으로 AI 배차 시스템을 운영시 가맹택시의 배차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배차 증가로 미가맹택시보다 운임 수입도 더 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년 2월5일부터 4월 중순까지 AI 우선배차 시스템에서 1킬로미터 미만 단거리 배차는 제외하거나 축소했는데 공정위는 가맹택시의 운임수입 극대화를 위한 조처라고 판단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AI 우선배차 시스템이 공정위 제재 대상임을 인지하고 있던 임직원의 대화 기록도 공개됐다. 2019년 11월 카카오모빌리티 배차로직(logic) 담당 임원은 “가맹기사에게 우선배차하는 것이 알려지면 공정위에 걸린데요”라고 발언했다.

“카카오, 가맹시장 점유 확대
가맹료·호출 수수료 인상 우려”

공정거래위는 “가맹기사 호출수와 운임 수입을 높여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수를 단시간 급속도로 증가시켰으나, 주요 경쟁 사업자의 가맹택시수는 감소 추세”라며 “택시가맹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사업자가 배제, 택시가맹 서비스의 다양성 감소로 가맹료 인상·가맹호출 수수료 인상 등의 우려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런 결론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2019년 5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서울·대구·대전·성남 등 주요 지역 기준 가맹택시 기사는 비가맹택시 기사보다 월 평균 최대 321건의 호출을 더 수행했다. 월 평균 운임수입도 1.04~2.21배 높았다.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하고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는 불공정거래행위 등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한 배경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카카오T의 배차로직은 가맹 우대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사용자(승객) 편익 증대가 최우선 가치”라며 “택시업계에 고질적으로 존재해 온 콜 골라잡기를 완화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배차수락율을 배차 로직에서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공식입장을 냈다. 이어 “향후 행정소송 제기를 포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