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의 금속노조 탈퇴가 적법하다고 선고하고 았다. 

고용노동부가 산별노조 지부·지회 같은 하부조직의 집단탈퇴 금지 규약·규정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산별노조에서 기업별노조로 전환을 쉽게 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왜 지금 집단탈퇴 금지 규약을 손대려는 것일까.

창조컨설팅이 기획하고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부가 물꼬 튼 ‘집단탈퇴’

노동부는 지난 8일 밤 11시께 기자들에게 자료를 배포해 “상급단체 집단탈퇴 금지 규약을 근거로 지부·지회 조직형태 변경을 방해하는 사례에 대해 시정명령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서 상급단체 변경을 추진한 임원 3명을 제명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조폭 같은 행태”라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사실 초기업노조 집단탈퇴 금지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 산별노조가 집단탈퇴 형식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노조 내부에서도 집단탈퇴의 효력을 놓고 종종 다툼이 있다. 하지만 집단탈퇴 금지가 법적 쟁점이 된 것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른 기업별노조 등장 이후다. 대표적인 사건이 발레오만도지회 금속노조 탈퇴사건이다. 이 사건은 2010년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조직형태 변경 결의의 적법성이 쟁점이었다. 산별노조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지부·지회가 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총회를 열어 가결한 경우 법적 효력이 있는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발레오만도지회는 금속노조 하부기구에 불과하다”며 독자성을 부인했다. 지회가 사단성(단체성)은 물론이고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 체결권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법농단’으로 오점을 남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부는 전원합의체에서 지부·지회가 산별노조 하부조직이라는 원칙은 인정했지만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독자적으로 조직형태 변경 결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집단탈퇴의 문을 열어 줬다.

산별노조 흔들기,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로 이어져

노동부는 이런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집단탈퇴 금지가 노동관계법령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에 시정명령을 추진하는 대상은 상급단체의 집단탈퇴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금속노조의 ‘조합원 가입절차 전결규정’, 사무금융노조의 ‘조합원 가입·탈퇴 처리규정’이다. 또 민주노총 탈퇴 공약을 하는 경우 입후보자의 자격을 상실하도록 규정한 전국공무원노조의 선거관리규정도 ‘피선거권 제한’을 이유로 시정명령을 추진한다. 이르면 다음주께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고용노동부 공무원노사관계과에서 서울노동위원회에 의결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정명령은 산별노조 집단탈퇴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기존 노조가 있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노조를 만들 수 있다. 일부 노조에서 복수노조 설립이 아니라 절차가 까다로운 조직형태 변경을 시도하는 이유는 대부분 ‘돈’ 때문이다. 노조 조직형태만 바뀌면 기존 지부·지회 조합비는 물론이고 파업기금을 비롯한 자산, 조합원과 단체협약을 고스란히 승계받을 수 있다.

2021년 노조 조직현황에 따르면 293만명의 조합원 가운데 60.4%인 177만명이 산별노조 소속이다.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은 각기 다른 기업이라도 동일가치 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근로여건 동질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주요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노동부의 ‘산별노조 흔들기’는 이중구조를 심화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기업별노조가 아닌 산별노조가 등장하고 커지는 것은 사업장 종사자를 넘어 모든 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이끄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기 위해 산별노조 공격에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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