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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오만도지회 금속노조 탈퇴사건 쟁점 ③] 꽃도 못 피우고 된서리 맞은 ‘위기의 산별노조’산별노조 중앙집중성 갈수록 떨어져 … “외부 공격보다 내부 분열이 더 문제”
구은회  |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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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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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산별노조운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보건의료노조(1998년 2월)와 금융노조(2000년 2월) 설립을 거쳐 형식적 산별체제가 갖춰진 2001년 금속노조 출범 당시를 기점으로 보면 15년밖에 되지 않는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80%가 산별노조로 조직돼 있지만, 기존 기업노조 습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민주노총 산하 대표조직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나 기아자동차지부가 사실상 기업별교섭 체계를 고수하면서 산별교섭에 불참하는 현실이 이를 대변한다. 산별노조 하부조직인 지부·지회의 독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배경에는 산별노조의 체계와 내용을 성숙시키지 못한 노동계 책임이 자리 잡고 있다. ‘무늬만 산별노조’라는 노동계 내부의 자조적 비판이 대법관들을 통해 공론화되고 공식화된 꼴이기 때문이다.

정체에 빠진 산별노조운동

지난 15년 동안 우리나라 노동계는 산별노조를 건설하고 중앙교섭을 성사시키는 데 주력했다. 금속노조와 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 3대 산별노조는 노동시간단축과 비정규직 보호에 관한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사내하청 불법파견 같은 비정규직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고, 동일 산업이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노동조건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정책에 대한 산별노조의 개입력도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특히 기업 경계를 넘어서기 위한 산별노조의 연대행동이 빈약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산별노조들이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연대임금 전략’을 세우거나 ‘산별임금체계’를 확립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발레오만도지회 조직형태변경 사건에서 대법원은 “노조 형식보다 노조활동 실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별노조 지부·지회가 기업노조에 준하는 수준으로 독자성이 크다는 뜻인 동시에 그만큼 산별노조의 중앙집중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번 판결로 지부·지회의 산별노조 탈퇴가 합법으로 인정된 만큼 산별노조 집단탈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부추기는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도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우리나라 산별노조운동이 꽃을 피워 보기도 전에 된서리를 맞았다.

산별노조 분열 … '그들만의 리그' 찾나

우리나라 산별노조운동의 성장이 정체된 근본 원인은 법·제도 미비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단체교섭과 노동쟁의 대상을 기업 단위로 사실상 묶어 두고 있다. 개별기업 사용자 처분권한에 속하는 임금·근로시간·복지 정도를 노동쟁의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게다가 복수노조 시행과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적용대상에 산별노조가 포함되면서 각 사업장에서 회사측 지원을 받아 설립된 회사노조가 교섭권을 독식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노조법상 산별협약 효력확장 요건도 지나치게 엄격하다. 노조법은 산별협약의 지역적 구속력 요건으로 “하나의 지역에 있어 종업하는 동종의 근로자 3분의 2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넘사벽’이다.

지부·지회가 산별노조의 정치투쟁에 염증을 느껴 노조 탈퇴를 원한다는 사용자와 보수언론의 주장은 이런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그보다는 지부·지회가 산별노조 탈퇴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제도적 한계에 주목해야 한다.

한편 금속노조 내 주력조직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지부·지회들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공동교섭 형태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지부·지회는 다음달 중으로 회사에 공동요구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노조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속노조 2016년 투쟁방침’(초안)에서 “지난 10년간 재벌기업의 수직계열화 구조를 뛰어넘지 못했고, 특히 재벌기업에서 변형되고 왜곡된 패턴교섭을 반복했다”고 진단했다. 산별중앙교섭과 기업단위 공동교섭을 병행하는 ‘투 트랙 교섭전략’으로 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다.

그럼에도 노동계 안팎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산별노조를 강화할 방도를 찾지 않고, 주력조직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겠다는 발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대차 vs 비현대차’ 간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발레오만도지회 판결이 나오자 한 금속노조 관계자는 “외부 공격보다 내부 분열을 막아야 할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보다 이해타산에 따른 지부·지회의 자발적 탈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산별노조운동의 민낯이다. 노동계가 이번 판결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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