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새해와 함께 윤석열 정부표 ‘노동개혁’이 속도전에 들어갔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함께 노골적인 반노조 정책, 특히 민주노총을 겨냥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정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양경수 위원장은 70년대 노동으로 퇴행시키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7월 2주간 총파업으로 균열 내겠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인 임기 안에 ‘전태일 3법’도 매듭짓겠다고 했다. 전태일 3법에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됐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와 3조 개정, 근로기준법 5명 미만 사업장 적용 두 가지는 미완인 상태다. 민주노총은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 과거 노무현 정부가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부패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나.
“민주노총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이 달라졌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시장 자체가 파편화하고 비정규직이 엄청나게 늘었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을 많이 조직했다지만 비율로 봤을 때 여전히 정규직의 비율이 높다. 또 공무원, 교원, 공공기관, 제조업 대공장 노조가 민주노총 소속이다. ‘기득권 프레임’으로 보이는 객관적 조건이 있다.

문제는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다. 정부 발표만 보더라도 공공기관·공무원의 노조조직률은 70%가 넘는다. 300명 이상 사업장 조직률도 40%를 상회한다. 반면 30명 미만은 0.2%에 불과하다. 대기업일수록, 안정적인 직장일수록 노조조직률이 높고, 그렇지 않은 곳일수록 노조가 없는 구조가 민주노총 때문인가? 노동자 때문인가?

정부는 너희들만 배불리 먹고사는 것 아니냐고 공을 돌린다. ‘여기가(민주노총이) 배부른 곳이요. 기득권이요’하면서 이제는 도덕성 시비까지 걸고넘어진다.”

뒤풀이 참가자 서명까지 받는 민주노총 회계
“들여다봐도 먼지도 안 나올 것”

- 윤석열 정부는 ‘노조 회계’가 불투명하다며 문제 삼고 있다.
“노조 회계를 기업 공시와 동일시할 수 없다. 기업이 상장사 중심으로 공시를 하는 것은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 국민이 주식시장에서 기업 회계, 가치나 운영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노조는 멤버십으로 운영된다. 조합비를 내고 권한과 의무를 행사하는 조직이다. 물론 사회정치적 영향력이 크다. 그것은 민주노총 정책이나 사업에 대한 영역이다. 회계 처리 문제를 국민이 들여다봐야 투명해진다는 주장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우리 조합원에게는 규약과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공인회계사 같은 전문가들이 감사하지 않아 적절치 않다고 하는데 노조 회계는 규모가 클 뿐이지 ‘금전출납부’ 수준이다. 기업처럼 매출이 있고,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구분해야 하고 이런 구조가 아니라는 말이다. 조합비를 받아서 간부들 인건비 내지 사업비로 지출하는 형태다. 근본적으로 기업 회계와 노조 회계는 성격이 다르다. 노조혐오와 멸시로 그런 사실을 가리고 왜곡하고 있다.”

- 정부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조의 회계 공시를 추진하고 있는데.
“공시는 적절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탈탈 털었을 때 미처 확인하지 못한 개인의 일탈이 도드라진다거나 회계 처리의 애매함이 문제 될 수도 있겠다.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타격이 일도 없다는 점이다. 특히나 총연맹 회계는 아무리 뜯어보더라도 문제가 될 게 전혀 없을 거다.

민주노총에서 식비 규정은 1인당 1만원, 뒤풀이는 2만원까지 가능하다. 물가가 너무 올라 올해 20%나 인상했다. 아무튼 식비를 회계 처리할 때 같이 식사한 사람 서명까지 받아야 한다. 실제로 그 인원이 식사했는지 하나하나 다 확인하는 거다. 대한민국 어느 집단보다 투명하게 관리한다고 자신한다.”

- 노조 운영에 폐쇄적인 측면은 없을까.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단협은 공개하지도 않는다.
“단협은 비공개가 아니다. 민주노총에서도 모범단협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폐쇄적이지도 않고 비밀리에 운영하지도 않는다. 노조 운영을 들여다보려는 것은 정권에서 조장하는 일종의 관음증이다. 말초 신경을 자극해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려는 의도다.

노조는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곳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지 않으면서 그 속살까지 알고 싶다는 것은 월권이다. 생각해 보라. 자기가 가입하지 않은 동아리에 회비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선후배 관계는 어떤지 꼬치꼬치 물으면서 공개하지 않으니 부패했다는데…. 그게 궁금하면 가입하면 된다.”

“70년대 노동으로 회귀하자는데, 그렇게 살 수는 없다”

-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노동개혁’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나.
“정부는 개혁이라 쓰지만 우리는 ‘말살’이라 읽는다. 노동 유연화? 유연화라니 지나치게 긍정적인 표현이다. ‘70년대 노동으로의 회귀’가 적확하다. 노동시간을 늘리고 임금체계를 개편해 저임금 구조를 만들겠다는 지금 정책이 70년대 타이밍(각성제)을 먹여 가며 밤샘 노동을 시키고 말 안 들으면 자르던 전태일의 시대와 뭐가 다른가.

정권은 그런 시대로 되돌리려 하지만 그렇게는 살 수 없다. 노동자들이 이미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고 외치고 있다.

전 세계적 흐름과도 역행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질서가 서서히 종말을 고하면서 다양한 대안들이 모색되는데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노동이다. 노동개혁이라 내놓은 것들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경총과 재벌기업들이 들고 왔던 규제완화 요구서와 무슨 차이가 있나. 사용자 편에 서서 노동을 편향되게 바라보는 시각의 결과물이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이다.”

-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이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노동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장님이 직원들에게 ‘메뉴 선택권’을 보장해 주고 싶다면서 매일 중국집에 데려가서 먹을 음식을 고르라고 한다면 그게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인가. 제한된 범위에서 자유를 주고 이것이 마치 ‘자유’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민주노총이 말하는 선택권은 직원들끼리 모여서 오늘 뭘 먹을지 결정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직원들을 쪼개고 나누는 부문 근로자대표제는 자유를 가장한 강요가 될 게 뻔하다.”

- 민주노총이 생각하는 미래세대의 노동 의제는 무엇인가.
“청년세대 의제가 다른 세대와 구분되고 특화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동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다. 20대도 고용불안을 겪고 40~50대도 고용불안을 느낀다. 30대도 임금인상이나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50~60대도 그렇다. 이들이 요구하는 노동의 문제는 동일하다. MZ세대를 구분하고 대립시키려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안정된 일자리, 높은 임금을 40~50대 기성노동자가 차지해서 20~30대의 권리를 빼앗아 가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실제 이들의 권리는 코로나19에도 특수를 엄청나게 누린 재벌 대기업이 빼앗았는데도 말이다.

지금까지 노조의 청년세대 정책은 ‘청년 간부 발굴’이었다. 그런데 40~50대 간부 12명 있는 노조에 청년 간부 2명이 들어온다고 ‘청년 중심성’이 서지 않는다. 청년들이 온전히 자신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토대와 틀을 갖는 게 필요하다. 올해 청년특별위원회를 만들 생각이다. 청년세대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에, 민주노총에 담길 수 있도록 만들겠다.”

- 연령이 많을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연공급체계는 대기업·정규직·남성을 위한 임금체계라고 공격한다.
“연공급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지 않는다. 사실 연공급제를 만든 것은 기업이다. 한국이 전 세계 유례없는 복잡한 임금체계를 갖게 된 것은 기업의 비용 절감 때문이다. 임금인상 요구에 기본급은 올리지 않고 성과급으로 ‘퉁’치고 수당 하나 더 만들고 그것을 통상이냐, 비통상이냐로 구분하면서 임금체계를 복잡하고 다단하게 만들었다.

과거 연공급제가 자리 잡을 때는 노동의 영역이 젊었을 때다. 이들에게 돈을 덜 주면서 ‘나이 먹으면 더 줄게’라고 미래의 기대소득으로 돌려버리며 눌러 왔던 거다. 대기업·공공기관 노동자 평균연령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비용 부담이 되니 이제 와서 연공급제가 문제라고 한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임금체계 개편 필요해
단, 변동급 줄이고 고정급 늘려야”

- 연공급제를 어떻게 바꾸자는 말인가.
“지금의 임금체계는 동일한 노동을 해도 생존이 보장되는 방식이 아니다. 변동급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고임금이라고 말하는 현대·기아차 노동자도 고정급 비율이 60%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연봉으로 8천만원을 받았지만 내년에는 연봉이 7천만원 안 될 수 있는 구조다. 고정급 비율을 높이고 변동급 비율을 줄이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 고물가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과 공공요금 상승 등으로 노동자가 먹고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개별기업 교섭으로 임금격차는 줄어들지 않는다. 노조법 2조를 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사용자 책임을 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택배산업 사회적 합의기구처럼 새로운 교섭 형태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산별교섭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다 보니 다양한 산별노조가 있어도 교섭에서 산별을 원칙으로 하는 곳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노조법 개정을 통해 사용자가 산별노조와 교섭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과도기적 대안이지 완성된 형태는 아니다. 택배나 파리바게뜨처럼 여론이 들끓는 곳에서 대안적 모델로 사회적 대화 틀이 마련된 것인데 이것을 모든 노조가 일상적으로는 할 수 없다. 산별교섭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이것을 지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 지난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입장 차가 선명했다. 경사노위 참여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양경수 집행부는 ‘노정교섭’을 제시했는데 어떠한 시도가 있었나.
“사회적 대화 경로로써 ‘노정교섭’을 추진했다. 노정 간 신뢰가 구축되지 않는 이상 노사정 교섭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용자와 정부 신뢰는 굉장히 돈독한 것으로 보이는데 노동자와 정부 간 신뢰는 없다. 정부가 공정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해야 사회적 대화가 가능한데 이런 전제가 없는 조건에서 사회적 대화를 전면적으로 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보수정권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민주노총은 부분적이지만 사회적 대화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비롯해 50~60개 위원회에 참여해 대화하고 있다. 부분적이고 지역적인 논의기구에서 긍정적인 성과들이 축적되고 노정 간 신뢰가 쌓인다면 사회적 대타협을 할 수 있는 대화가 이뤄질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부족한 조건에서 집행부나 정권이 어떤 성과를 남기려고 대화를 시도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 윤석열 정부가 경사노위를 통해 ‘노동개혁’ 추진의 근거들을 만들려고 한다. 밖에 있는 민주노총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외피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할까. 우리 국민들이 과연 경사노위를, 특히나 김문수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경사노위를 사회적 대화기구로 인식하겠나. 경사노위가 내놓을 결과물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가치 판단을 할 것이다.

노사정 테이블은 임금협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임금협상은 인상 아니면 동결이다. 마이너스가 없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단체교섭도 그렇다. 그런데 노사정 대화는 ‘주고받기’를 전제하는 테이블이다. 이런 구조에서 소위 ‘원사이드(일방) 승리’는 있을 수 없다. 30%만 얻는다고 하면 70%는 잃는 것이다. 양보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대화 테이블이다.

한국노총이 현재 임원선거 중이다. 지도부 성향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경사노위가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았던 적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논의만 해도 1년 이상을 끌었는데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왔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처럼 정부 정책을 관철하는 또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될 뿐이다.”

“7월 총파업으로 노동정책 재정립하게 할 것”
“진보정치운동, 민주노총이 주축 돼 다시 시작”

-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총파업 이후 노정관계가 달라질 수 있을까?
“지도부 의지로 총파업을 제기한 게 아니다. 현장에서의 요구가 총파업이다. 전년도 중앙위원회에서 다음해 총파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유례 없는 결과로 나타났다. 노조의 가장 큰 위력은 파업에서 나온다. 하루가 아닌 2주간 총파업으로 7월 전면전을 벌이자는 것이 현장의 요구다. 17일 노조대표자대회에서 어떻게 총파업을 전개할 것인지 공유하고 결정할 것이다. 지금 민주노총을 때려서 올라가는 (대통령) 지지율은 보수층의 결집 이상의 의미가 없다. 지지율이 40%선을 오르락내리락할 뿐 확장성이 전혀 없다.

총파업의 의제는 임금과 일자리, 공공성을 중심으로 제기할 것이다. 최저임금을 중심으로 투쟁할 생각이다. 필수공공재 요금인상이 줄줄이 예고되는데 서민들은 대책이 없다.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올라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 노동자·서민을 살리기 위한 총파업이다. 노동정책 전반을 재정립하는 게 파업의 목적이다.”

- 민주노총이 2024년 총선에서 ‘노동중심 진보대연합정당’을 만들어 후보를 선출한다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총선 후 각 정당으로 복귀하는 일종의 선거연합정당이다.
“기득권 양당으로는 희망이 없다. 직접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을 만들었을 때 성과를 내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당을 만들고, 당 활동가를 배출하고 알아서 잘해 보라고 맡겨 놓은 것이 문제였다. 또 10명에 불과한 의원으로 원내정치를 시도한 것이 ‘미스(실수)’였다. 0에서 10이 된 것은 큰 변화였지만 300분의 10이 유의미하다 믿고 그에 올인한 것이 패착이었다.

윤석열 정부 퇴진 구호를 들어야 한다고 한다. 윤석열 퇴진 이후 이재명 당선이 대안이라면 다수가 동의하기 힘들다. 내년 총선 준비를 진보정당과 함께 민주노총이 주축이 돼 정말 내실있게,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으로, 노동자·서민이 직접 만들어 가는 정치를 해 보자는 것이다. 4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조율하고 결정해 볼 생각이다.”

-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주력할 사업은?
“노조법 2·3조 개정과 근로기준법 5명 미만 사업장 적용을 매듭짓고 싶다. 그리고 다른 한 축은 오랜 기간 중단된 정치세력화 문제에 지향을 만드는 것이다. 파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우리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지금 정부도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이야기한다. 아마도 비용이 들지 않는 직장내 괴롭힘 방지 조항 적용부터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인 거 같은데, 이제 힘의 줄다리기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 만들어 낼지는 우리 실력의 문제다. 어쨌거나 연내 노조법과 근로기준법 문제는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매듭짓지 못할 경우 다시 출마할 생각이 있나.
“아직 고민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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