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가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쿠팡친구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쿠팡이 직접고용해 온 로켓배송기사 쿠팡친구(옛 쿠팡맨)를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하고 있어 노동조건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쿠팡 사측은 “근로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쿠팡의 택배시장 진출로 물량이 증가하면 노동강도 강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상공인과의 상생 위해 불가피”
“5분 설명에 전환 동의 요구, 부정확한 정보 제공”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는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진짜 사장과의 교섭은 멀어지고 주는 대로 받는 식의 노동환경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회사 전환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쿠팡은 지난달부터 쿠팡친구들을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로 이전하기 위해 설명회 등을 진행했다. 각 배송 캠프에서 관리자들이 쿠팡친구를 대상으로 전적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다. 쿠팡이 창업 초기부터 옛 쿠팡맨을 “직고용 정규직”이라며 홍보해 온 것과 배치된다.

쿠팡은 전환 이유에 대해서 “배송조직 개편은 소상공인들이 제약 없이 로켓배송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을 도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전까지는 쿠팡이 직접 매입한 물건만 배송했다면 앞으로는 오픈마켓에 입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쿠팡의 물류 시스템을 이용해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민간 택배회사와 같은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속이 바뀐 쿠팡친구들은 화물운송종사 자격시험을 치러야 한다. 배송차량에도 일반 흰색 번호판이 아닌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달게 된다.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현장에서 자회사 전환 동의가 사실상 ‘반강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1만여명의 쿠팡친구 중 70% 정도가 계약직인데 관리자들이 전환을 꺼리는 쿠팡친구에게 타 지역으로의 전보나 계약해지를 암시하며 확인서를 쓰라고 강요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정진영 쿠팡지부장은 “전적 동의서를 화물운송종사 자격시험 동의서로 설명하는 등 현장에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회사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며 “5분 만에 자회사 전환 설명회를 끝내고 동의서에 사인을 받아 ‘쿠팡은 5분 만에 노동자들의 회사가 바뀌는 곳’이라는 자조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지금도 임단협 교섭 진척 없는데
“쿠팡의 사용자 책임 약화할 듯

지부는 쿠팡친구가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될 경우 물량이 추가돼 노동 강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 정 지부장은 “교섭자리에서 사측에 ‘자회사 전환에도 근로조건을 동일 보장한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하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의 교섭 경과를 볼 때 앞으로 발생할 문제를 교섭을 통해 해결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지부에는 220여명의 정규직 쿠팡친구와 800명 가까운 계약직 쿠팡친구가 조합원으로 가입돼있다. 전체 쿠팡친구 규모는 1만여명 수준으로 약 10%가 조직된 셈이다. 지부와 쿠팡 사측은 지난 2018년 9월부터 100회에 걸쳐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노조 타임오프 등 노조할 권리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노사 이견이 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 전환이 이뤄면 쿠팡친구들의 노동조건·임금에 대해 실질적인 결정권이 있는 모회사와의 교섭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한 <매일노동뉴스> 질의에 쿠팡측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전적 대상의 90%가 전적에 동의했다”며 “전적 대상인 쿠팡친구 등을 상대로 CLS에 직접고용되며 급여·휴가 등의 근로조건이 동일하게 유지되고 직무별 지원금도 지급될 예정임을 설명회를 통해 알려 왔다”고 밝혔다. 자회사 전환 동의가 반강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쿠팡지부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 설명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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