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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노동자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이후 병가를 쓰기 더 어려워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전에는 병가 제출서류로 당일 ‘진료확인서’를 제출하면 무급휴가가 인정됐지만 최근 ‘의사 소견서’나 ‘진단서’로 엄격해졌다는 것이다. 진단서는 별도 비용을 들여야 발급이 가능하다.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조사단과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 2층 다목적홀 한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쿠팡 집단감염, 부천물류센터 노동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인권실태조사단에는 김용균재단과 공공운수노조·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17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됐다. 조사는 지난 7월22일부터 9월5일까지 진행됐고, 쿠팡노동자 24명을 인터뷰했다.

병가제도 강화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수칙 중 하나인 “아프면 쉬기”가 더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조사단은 “진단서는 일반병원에서 2만원가량의 별도 비용을 들여야 해서 노동자들의 부담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애초 병가제도 사용과 관련해 회사에서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했고, 잘못된 설명으로 사용을 주저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ㄱ씨는 “발가락 골절로 병가 이틀을 쓰려고 단톡방(단체 채팅방)에 올렸더니 무단결근이 된다고 했다”며 “그런데 알고 보니 출근 20분 전에 당일 병가가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97%가 일용직·계약직 노동자로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겪는 물류센터 노동자는 근태와 시간당 작업량을 의미하는 UPH(Unit Per Hour)로 실시간 평가를 받고 있어 애초 병가 사용을 꺼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사단은 보고서에서 “쿠팡은 비정규직을 ‘일용직·3개월 계약직·9개월 계약직·1년 계약직·무기계약직’으로 분할해 이를 마치 승진처럼 내부 성과체계를 마련했다”며 “정규직의 승진 사다리와 쿠팡 재계약 사다리의 큰 차이점은 다음 단계로 올라가지 못하면 현재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용직에서 3·9개월 계약직까지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후 1년 계약직은 무기계약직 전환 가능성이 커져 많은 노동자가 계약해지된다. 문제는 1년 계약직 계약을 맺지 못하면 자동 퇴사 조치가 취해지고 이후 3개월 동안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과 계약직으로도 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류센터 노동자 ㄷ씨는 “근태가 좋은데 일이 느리면 해고한다”며 “회사 기준에 맞지 않고, 무단결근이 1일만 있어도 다음 번에 재계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당장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노동자는 좋지 않은 컨디션을 숨길 수밖에 없다.

조사단은 “쿠팡 사태는 노동의 불안정한 조건이 바로 코로나19 감염의 진앙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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