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류호정·강은미 의원실 주최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쿠팡 코로나19 피해노동자 증언대회. <정기훈 기자>
“아이가 셋이 있어서 마스크 안에 필터를 두 장씩 넣고 일했어요. 일 시작하기 전에, 식사하기 전에 필터를 교체했고요. 확진 2주 전부터는 식당 내 거리 두기가 되지 않는 것 같아 간식 싸 들고 다니며 일했어요. 그런데 제가 양성판정을 받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쿠팡 부천물류센터(신선물류센터 2공장)에서 일하다 지난 5월27일 확진판정을 받았던 ㅇ씨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ㅇ씨는 5월 초 이태원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일을 시작했다. 불안하긴 했지만 쿠팡이라는 큰 회사가 방역지침을 잘 지켜 줄 것이라 믿었다고 했다. 그런데 쿠팡은 대처는 그렇지 못했다. 5월24일 부천물류센터 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반나절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소독을 한 것이 쿠팡이 한 조치의 전부였다. 오후조는 정상출근했고 노동자들의 피해는 커졌다.

노동자의 안전보다 업무 정상가동을 통한 소비자 피해 축소에 초첨이 맞춰진 쿠팡의 경영 정책이 만들어낸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류호정·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정의당 노동본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가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6간담회실에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증언대회에 참석한 전·현직 쿠팡 노동자들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비정규 노동자와 정규직 신분의 쿠팡맨, 프리랜서로 취급되는 쿠팡이츠 음식 배달노동자까지 다양했지만 노동자들 목소리는 하나로 모아졌다. “쿠팡의 성장은 노동자 쥐어짜기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코로나19에 확진됐던 ㅊ씨는 “처음하는 육체노동이라서인지 손가락이 다 부르틀 정도로 노동강도가 셌다”며 “경력이 있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손목터널 증후군은 모두 가지고 산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ㅊ씨는 “회사에 (업무상 문제 등을) 제안하기도 어려웠다”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만 하면 UPH(unit per hour)를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UPH는 시간당 노동자의 업무 처리량을 의미한다.

물류센터 노동자는 배송 출고시간을 맞추려 진열대에 놓인 물건을 박스에 담는 집품업무와 포장, 상하차 작업을 빨리하길 재촉받았다. 쿠팡맨 역시 배송시간 압박에 시달렸다. 새벽배송 노동자는 오전 7시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배송을 완료해야 한다. 간선차가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싣고 물류터미널의 일종인 캠프에 전해 주면 쿠팡맨은 배송차량에 물건을 싣고 이를 배송한다.

정규직 쿠팡맨 최세욱씨는 “물류혁신보다는 노동력 착취라고 하는 게 맞다”며 “노동자를 쥐어짜 시간을 압박하고 최근에는 오전 10시 이전에 주문하면 오후 6시에 배송해 주는 당일배송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 관련) 사과나 보상도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택배업계나 물류업계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귀연 노동권연구소장은 “쿠팡은 신속성을 내세워 다른 이커머스 기업과 차별화를 하려고 했다”며 “신속성에 맞추려다 보니 노동자들은 극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리며 건강과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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