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군포시 당정동 런드리고 군포팩토리 모습. 고용노동부는 최근 근로감독을 통해 불법파견과 임금차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부분 등을 적발했다.<홍준표 기자>

모바일 세탁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을 적발하고 위탁업체 직원 181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지시했다. 원·하청 노동자 간 임금과 복리후생 차별과 특수건강진단 미실시 같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도 포착돼 과태료가 부과됐다.

대형 인력업체 ‘윌앤비전’ 직원, 혼재근무

노조가 없는 런드리고의 ‘깜깜이 노동환경’은 <매일노동뉴스>의 네 차례에 걸친 취업기 연속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근로감독으로 이어졌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의식주컴퍼니를 상대로 근로감독을 실시해 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 등 관할 관서는 지난해 11월2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서·성수, 경기도 군포 등 공장 세 곳의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원·하청 관계자와 하청노동자를 면담하고, 임금대장·용역계약서 등 자료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는 본지가 제기한 불법파견 문제를 중점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지난해 10월 위탁업체 ‘윌앤비전’과 본사 직원의 혼재근무 실태를 지적했다.<본지 2022년 10월21일자 2면 “[모바일 세탁서비스업체 취업기 ③] 인력업체 직원이 세탁? ‘불법파견’ 정황” 참조>

런드리고는 ‘윌앤비전’과 2021년 7월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3개 공장에 세탁보조업무 등을 위탁했다. ‘윌앤비전’은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업무를 위탁받는 등 대규모로 인력을 파견하는 업체다. 근무 당시에도 런드리고 군포공장에서는 다수의 위탁업체 직원들이 본사 직원들과 유사한 등록·분류·검수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이 목격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업무 대화방에는 위탁업체 직원들의 근무일정이 올라왔고, 본사 관리자가 일괄적으로 지시한 부분도 드러났다. 위탁업체는 인재파견업체로 소개하며 구인사이트에 ‘대규모 채용’ 등 공고를 올렸다.

파견업종 비해당, 노동부 “근로자파견관계”

런드리고의 세탁·입고·출고 업무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정한 근로자파견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파견법 시행령의 [별표1]은 사무 지원 종사자·고객 관련 사무 종사자·기타 소매업체 판매원·배달 및 검침 관련 종사자의 업무 등에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세탁서비스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윌앤비전’은 파견업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파견허용업종이 아닌 만큼 파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법조계는 지적했다. 외관상 ‘도급’의 형태로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 파견에 해당하는 정황들이 나왔다면 ‘불법파견’이라는 의미다. 런드리고측은 파견이 아닌 ‘도급’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런드리고 관계자는 “인력수급이 어려운 경우에 한정해 위탁업체에 채용을 요청했다”며 “위탁업체의 현장 대리인을 통해 업무 지시가 이뤄진다”고 했다.

노동부는 세탁서비스가 파견대상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하며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봤다. 런드리고의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받으며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어 근로자파견관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원청인 런드리고 노동자는 입고·출고·세탁 등 모든 공정에 투입되지만, 위탁업체 직원들은 입고·출고 공정에 배치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지난달 21일 런드리고에 위탁업체 직원 181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지시했다. 만약 원청이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범죄인지 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위탁업체는 경고처분했다. 원청이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직접고용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파견법 위반에 해당한다.

임금·복리후생 차별, 7천만원대 시정지시

원·하청 간 ‘불합리한 차별’도 적발했다. 노동부는 위탁업체의 통상임금 수준은 비슷하지만, 군포공장의 경우 교통 불편 등을 이유로 런드리고 소속 노동자의 급여만 올렸다고 봤다. 이에 따라 1천만원대의 금액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세탁서비스 이용포인트·모바일 상품권 등 현금성 복리후생 혜택 일부도 하청노동자를 차별했다고 판단했다. 금액만 6천만원대다. 노동부는 임금과 식비 등 차별에 대해 100명여명의 위탁업체 직원들에게 7천여만원의 금품을 지급하라고 시정지시했다.

실제 군포공장 운영관리자는 지난해 9월 SNS 업무대화방에 세탁 복지와 관련해 직원이 앱에 가입해 이메일을 기재하면 매달 1일 3만 포인트를 지급한다고 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탁업체는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위탁업체 직원의 연장근로시간 한도 위반과 시간외근무수당·연차수당 과소지급(100만원대) 부분도 적발됐다. 실제 위탁업체 직원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하루 12시간 이상 일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 밖에 노동부는 런드리고가 임금대장 기재사항을 일부 누락했다고 봤다. ‘금품 미지급’ 부분은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 따라 시정지시한다고 밝혔다.

▲ 런드리고 관리자가 SNS 업무 대화방에 공지한 직원 복지혜택. 고용노동부는 원·하청 간 복리후생에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했다며 7천만원대의 금품을 지급하라며 시정지시했다.
▲ 런드리고 관리자가 SNS 업무 대화방에 공지한 직원 복지혜택. 고용노동부는 원·하청 간 복리후생에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했다며 7천만원대의 금품을 지급하라며 시정지시했다.

야간 특수건강진단 미실시, 9천만원대 과태료

‘산업안전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런드리고는 야간근무 및 유기용제 등 취급자 특수건강진단과 특별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는 9천만원대 과태료를 부과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6개월간 하루 8시간(자정~오전 5시 포함) 작업을 월평균 네 번 이상 수행하거나 6개월간 오후 10시~오전 6시 사이 작업을 월평균 60시간 이상 할 경우 특수건강진단을 받도록 정하고 있다. 유기화합물이나 면 분진 등에 노출되는 작업자도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야간에 오염된 세탁물을 다루는 런드리고 공장 직원들의 경우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난해 취재 당시 특수건강진단 실시 공지는 전무했다.

사실상 전 분야에서 노동관계법령 위반 여부가 적발된 만큼 실제 시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노동부가 통보한 시정기한은 1월 중순께로 알려졌다. 만약 회사가 시정기한 연장을 요청하면 1차 시정기간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는 있다.

이수진 의원은 “런드리고 노동문제는 혁신을 내세운 플랫폼기업에서 사람이 어떻게 법의 사각지대로 떠밀리는지 확인된 심각한 사례”라며 “근로감독을 통해 불법파견·임금차별·산업안전 등 전방위적으로 문제가 드러난 만큼 시정지시를 제대로 이행하고,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동환경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런드리고측은 “(시정지시와 관련해) 따로 답변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수백억원대 투자 유치, 노동환경 개선될까

이번 근로감독은 본지 보도와 국정감사 지적에 따라 시작됐다. 당시 취업기를 시작으로 △근로계약의 문제점과 장시간 야간노동 △인력위탁업체 노동자의 ‘불법파견’ 의심 정황 △운송위탁계약을 체결한 지입기사의 과로 노동 문제를 연속보도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종합감사에서 이수진 의원의 근로감독과 산업안전감독 실시 여부 질의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후 런드리고측은 100명 이상의 스마트팩토리 직원 채용계획을 내놓았다.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의식주컴퍼니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11월 기업가치를 약 4천억원으로 인정받으며 사모펀드(PEF) 운용사에서 49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실제 노동환경 개선에 투자금이 활용될지는 미지수다. 의식주컴퍼니는 투자 자금을 △스마트팩토리 물류 자동화 △CS시스템 고도화 △런드리고 서비스지역 확장 등에 집중 투입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 런드리고 군포팩토리에 빨랫감이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 <매일노동뉴스> 기자는 밤새 300개가 넘는 이불의 등록·검수 작업을 했지만, 퇴근시간까지 완료하지 못했다. <홍준표 기자>
▲ 런드리고 군포팩토리에 빨랫감이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 <매일노동뉴스> 기자는 밤새 300개가 넘는 이불의 등록·검수 작업을 했지만, 퇴근시간까지 완료하지 못했다. <홍준표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