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롯데택배 한 대리점 소장이 본사에서 택배기사의 산재·고용보험료를 지급받았는데도 택배노동자 수수료에서 보험료를 공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 합의에 따라 롯데택배를 포함한 택배사는 택배요금을 인상하고 이를 분류작업 개선과 산재·고용보험 가입 같은 택배노동자 처우개선에 쓰기로 했다. 그런데 해당 대리점은 산재·고용보험료뿐만 아니라 택배노동자를 분류작업에 투입하고 분류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롯데택배 노동자들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19일 부분파업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분류작업 투입해 놓고 분류비도 절반만 지급”

전국택배노조 롯데택배본부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택배 부산 기장대리점 소장은 지난해 9월부터 본사에서 산재·고용 보험료를 지급받고 있는데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택배노동자들의 수수료에서 보험료를 공제했다”며 “택배요금 인상을 통해 본사에서 지급되는 비용으로 택배기사의 처우개선이 아닌 자신의 배를 불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가 제공한 부산 기장대리점 한 택배기사의 같은해 10월 수수료 지급분을 보면 산재보험료로 1만1천495원, 고용보험료로 5만7천680원이 공제됐다. 롯데택배측에서 사회보험료를 지급받았는데도 택배기사 수수료에서 산재·고용보험료를 공제함으로써 사실상 이중으로 보험료를 수급했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지난해 6월 사회적 합의기구가 마련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2차 합의문을 보면 “분류작업 개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등 택배기사 보호를 위해 필요한 택배 원가 상승요인은 개당 170원임을 확인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택배사업자 및 영업점은 택배요금 인상분을 분류작업 개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등 택배기사 처우개선에 최우선적으로 활용해 택배기사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노조는 해당 대리점은 분류작업에 따른 분류비도 택배노동자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롯데택배본부에 따르면 해당 대리점에는 지난달 7일 이전까지 분류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해 왔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현장 여건상 분류인력 투입이 어려울 때에는 택배노동자를 분류작업에 투입할 수 있다. 이때에는 시간당 최저임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본부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하루 분류작업시간(2시간30분)에 월 근무일(25일)을 따졌을 때 57만여원을 분류비로 지급해야 하는데, 실제 지급분은 20만~30만원에 그쳤다. 또한 상·하차인력에 대한 비용도 본사에서 지급되는데도 택배노동자 수수료에서 월 10여만원씩 공제해 왔다고 지적했다.

“대리점협의회도, 본사도 해당 소장 미조치”

롯데택배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께부터 대리점협의회와 네 차례 논의를 이어 왔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해당 대리점 분구까지는 노사 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시점을 명시하는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부는 “상생협약 기조를 유지하며 쟁의행위를 자제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추진해 왔다”며 “그런데 본사와 대리점협의회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대리점장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노조와 롯데택배전국대리점협의회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문’ 이행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사회적 합의가 택배현장에서 온전히 이행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한다는 취지에서다. 대리점협의회는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는 쟁의행위를 자제하기로 했다.

본부는 이달 1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19일부터 본부 조합원 740여명 중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300여명이 부분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면파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본사는 사회적 합의 사항을 잘 이행하고 있다”며 “노조가 주장한 바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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