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작업 면적에 따라 일당을 받으니, 하루 일당이 왔다 갔다 해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고 사는데, 다치면 산재처리도 안 되고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김진호(46·가명)씨는 12일 동료 40여명과 함께 ‘물량제’ 폐지를 요구하며 일손을 놓았다. 물량제 노동자는 업무 물량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취급돼 4대 보험 가입이 되지 않는다.

작업거부에 나선 노동자들의 요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고용하고, 4대 보험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이날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일하는 블라스팅 노동자 68명 중 3분의 2가량인 40여명이 작업거부에 나섰다. 이들은 사내하청업체 4곳(대원산업기술·시온이엔지·영도이엔지·미주산업)에 소속돼 있다.

블라스팅 작업은 선체 블록 표면에 도장작업을 하기 전 페인트가 잘 도포될 수 있도록 녹·용접선·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작업을 뜻한다. 조선소 안 업무 중 가장 힘들고 어려운 작업 중 하나다.

노조는 10월 중순 사측에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은 받지 못했다. 노조는 “물량제에 따라 노동강도가 높고 일부 족장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에 쫓기며 위험한 작업에 내몰려 왔다”며 “사측이 물량제에 따른 개인사업자라며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산업재해를 당해도 산재처리를 할 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실업급여·연차휴가·주휴수당·퇴직금도 물론 없다.

김진호씨는 “인간답게 법적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작업하고 싶다”며 “일하다 사고가 난 적이 있는데, 임금 탓에 하루 이틀 뒤 쉬고 복귀를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의 작업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월 현대삼호중공업 파워공 노동자 250여명은 안전조치 개선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자발적 작업거부 투쟁을 했다. 9월15일부터 같은달 21일까지 7일간 작업거부 투쟁 끝에 사측과 일당 1만원 인상과 시급제 전환을 위한 노사TFT 운영에 합의했다.

권오산 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은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현대삼호중공업 블라스팅 노동자는 모두 물량제로 일하고 있다”며 “지난 9월 파워노동자 투쟁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전까지 작업거부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4개 하청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