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파업 16일 만에 복귀를 결정하며 ‘일몰제 사수’를 택했다. 화물연대본부는 올해 말로 종료되는 일몰제 폐지와 적용품목 확대를 촉구하며 지난달 24일부터 파업을 했다.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정부는 ‘선 복귀 후 대화’를 고집하며 공세를 펼쳤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안전운임제를 지켜야 한다”며 품목 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받아들였다. 국회를 바라보며 최소한의 품목 확대를 기대했던 화물노동자들은 국회 외면 속에 안전운임제가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파업 종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본부가 파업에 돌입하기 전 3년 연장안을 제안한 정부와 여당은 “화물연대본부가 파업을 진행함에 따라 기존 제안은 실효성을 잃었고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3년 연장안까지 거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6월 합의 완전 파기한 정부·여당
품목 확대는 물거품, 3년 호흡기 달까

이번 파업을 통해 정부와 여당은 지난 6월 화물연대본부와 체결한 합의를 지킬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6월 화물연대본부는 8일간 파업 뒤 파업 유보를 택했다. 정부와 ‘안전운임제 지속 연장과 품목 확대 논의’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서 정부와 여당은 “품목 확대 의사가 없다”고 못 박았고 ‘안전운임제 폐지와 원점 검토’를 운운했다. 노동자와 정부가 교섭을 통해 이뤄 낸 합의는 휴지 조각이 됐다.

민주당이 품목 확대 없는 3년 연장안 수용 입장을 밝히고 화물연대본부가 파업 종료를 결정했지만 정부와 여당 입장은 강경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은 화물연대본부 파업 철회 투표가 이뤄진 지난 9일 오전 ‘선 복귀 후 대화’를 강조했다. 이들은 파업 전 정부가 제안한 ‘품목 확대 없는 3년 연장안’은 실효를 다했다고 주장하며 끝까지 대화를 외면했다.

정부·여당의 강경한 입장에도 이들이 3년 연장안까지 거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치적 부담을 모두 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시점에서 안전운임제를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민주당에 따르면 여당은 1개 품목이라도 추가하자는 민주당의 모든 중재안을 거절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본인들이 제안했던 품목 확대 없는 3년 연장안을 거절할 명분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제안한 ‘품목 확대 논의를 위한 국토교통위 산하 여야 동수 논의기구 구성’은 정부·여당의 강경한 반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지만 3년 연장안 만큼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3년 연장 이후에는?
총선과 임기 중반 윤 대통령

일몰제 연장이 확정될 때까지 안심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열린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안전운임제 일몰기한을 2025년 12월31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본회의로 가기 전 거쳐야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위원장은 법안 심사 기한을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어 일몰 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안전운임제 지속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몰제가 끝나는 2025년 12월 이후도 문제다. 2024년 4월 예정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현재처럼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2026년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 중이기도 하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안전운임제에 강한 반대의견을 보인 만큼 안전운임제 효과를 의심할 만한 부정적 지표를 쌓아 둘 가능성도 적지 않다. 품목 확대나 도로안전 논의가 아니라 안전운임제 효과를 두고 공방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 논의를 이끌 정부는 안전운임제 연장에 관해 부정적이다. 특히 이번 파업 때 원희룡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전운임제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완고한 여당의 태도는 중재와 대화를 모색해야 할 정치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3일 발의한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은 “안전운임제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토부 장관이 화물차주의 소득, 화물차의 운행거리 및 연료량 등을 관계기관 장에게 요청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전운임제의 무용성을 입증해 내기 위한 목적으로 지나친 개인 정보를 요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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