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의 계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와 야당은 연내 국회 통과를, 재계와 여당은 결사 저지를 외치고 있다. 여러 현안 중 왜 노조법 개정이 필요할까. 손배 폭탄을 맞은 노동자, 사용자를 사용자로 부르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편집자>

▲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의 동의를 얻어 지난 8일 성사됐다. 청원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성사된 것은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당사자들의 요구가 절박하고 국민적 동의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노조법 2조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규정하는 조항이며 3조는 노조의 쟁의로 인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계약의 형태와 관계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생활하는 모든 사람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고용형태가 다양해지고 플랫폼노동이 확산하는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법 2조 개정안의 취지다. 또한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 지배력을 가진 자는 사용자이며 노조의 교섭대상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쟁의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금지하고 노조의 정당한 활동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것이 노조법 3조 개정안의 내용이다.

노조법 2·3조 개정 국민동의청원은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이미 낡은 것이 돼 버린 법 조항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자는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법원은 일관되게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설립과 활동을 인정해 왔다. 제조업 생산공정에 대해서는 불법파견 인정과 원청 직접고용 판결을 내려 왔다. 또한 하청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과 근로조건에 대한 원청의 책임과 교섭 의무를 인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택배노조 사례에서 대리점주와 함께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했다.

올해 여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많은 시민이 공감하고 지지한 것은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청이 나서야 한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권한과 책임이 있는 진짜 사장이 나서야만 하청노동자의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노조법 조항으로 인해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가 고통을 당해 왔으며 우리 사회는 겪지 않아도 될 갈등을 경험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동안 확대해 온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등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무권리 상태를 끝내야 한다.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의 뒤에서 갈등과 희생은 사회에 전가하고 특수이권을 누려 온 사용자의 특권을 끝내야 한다. 1991년부터 시작해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의 희생,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최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까지 이어져 온 가혹한 손해배상과 노동자의 가슴 아픈 희생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국회에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손배·가압류제한 법률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폐기를 반복해 왔다. 현재도 다수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또한 이달 4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30이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의 개정안을 받아 의원 발의를 마쳤다. 더 이상 기다리기에는 불합리한 법 조항의 해악이 너무 크고 이로 인한 노동자의 고통 또한 너무 크다.

국민동의청원 달성과 법안 발의로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첫발을 뗐다. 이제 남은 것은 발의된 법안이 원안 그대로 국회 해당 상임위를 넘어 본회의 통과를 위한 노력과 투쟁이다.

이미 지난달 19일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손배·가압류 피해당사자들이 국회 앞 농성에 들어간 지 3주를 지나고 있다. 그간 국회 앞 농성장을 중심으로 출·퇴근 피케팅 및 선전과 야간 문화제. 국회의원 면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을 보냈다. 이제 노조법 개정에 대한 여론과 온전한 입법을 위해 민주노총 지도부를 시작으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대표단의 국회 농성 및 전국적 사업을 하나하나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다.

그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노조법 개정을 이룰 수 있는 다시 없을 기회가 찾아왔다.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제 두 번째 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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