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의 계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와 야당은 연내 국회 통과를, 재계와 여당은 결사 저지를 외치고 있다. 여러 현안 중 왜 노조법 개정이 필요할까. 손배 폭탄을 맞은 노동자, 사용자를 사용자로 부르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편집자>

▲ 우미영 보건의료노조 이화의료원 새봄지부장
▲ 우미영 보건의료노조 이화의료원 새봄지부장

나는 이대서울병원 미화용역업체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다. 우리의 도급계약상 근무형태는 하루 7시간 근무, 휴게시간 2시간이다. 원청인 이화의료원이 하루 7시간 6일 근무를 도급계약으로 맺은 이유는 단 하나. 토요일 근무에 따른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꼼수도 이런 꼼수가 없다.

이화의료원 새봄지부는 2019년 설립할 때부터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제를 요구하며 싸워 왔다. 2020년 첫 번째 단체협약이 체결되고 난 뒤 주 5일제 근무 시행을 위한 노사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해 연말에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기존에 논의되던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2021년 새로 들어온 용역업체는 도급단가를 기존 업체보다 현저하게 낮게 계약하고, 우리가 힘들게 만들어 온 단체협약도 승계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는 이대서울병원에서 최저입찰제로 용역업체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1순위로 들어온 업체는 단가 차이를 이유로 계약을 포기하고 2차 업체가 선정됐는데, 이 업체도 우리의 근로조건을 유지시키지 못할 정도의 낮은 단가로 들어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 5일제 근무 시행을 위해 노사협의를 진행해 오고 있으나 용역업체의 입장은 언제나 똑같다.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고 이화의료원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 2022년 임금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나 하청업체는 여전히 최저입찰제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적자상태라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우리의 노동을 잠시 소개한다. 이대서울병원은 준공된 지 얼마 안 되는 새 건물이다. 그런데 이 새 건물에 미화를 위해 걸레를 빠는 개수대 바닥 배수구가 시공되지 않아 걸레를 빤 오수를 힘겹게 들어 올려서 버리고 있다. 걸레 짜는 기계에 오수까지 합치면 남성들이 들어 올리기에도 버겁다. 그런데 매일 수십 번씩 반복되는 이 부수적인 작업에 모두가 어깨·발목·허리·팔목이 빠지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원·하청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정말 궁금하다. 바닥 배수구 공사의 책임은 원청에 있는가? 하청에 있는가? 상식적으로 원청인 이화의료원에 있지 않은가? 비가 새는 건물을 세입자에게 비용을 들여 수리·보수하고 살라는 악덕 건물주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이화의료원 진짜 너무한다. 해도 너무 한다.

원청에 이야기하면 “하청에 이야기하라”고, 하청에 이야기하면 “원청에서 해 줄 문제”라며 소위 말하는 ‘셔틀’을 돌리며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누구에게 우리의 처지와 문제를 이야기해서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도 엄연히 병원에서 환자·보호자·구성원들을 위해 위생과 쾌적한 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구성원들이다. 우리의 업무를 가볍다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요구는 △하루 8시간 온전한 주 5일제 시행 △용역업체 변경시 고용 및 단체협약(근로조건) 승계, 병원 근속기간 인정 △기준에 맞는 휴게실 제공, 근무복 세탁 등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의 책임 강화 △노조사무실 제공을 포함한 노조활동 보장이다.

이 기본적인 요구를 용역업체와의 교섭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이다. 왜? 용역업체는 정말 아무런 권한도 갖지 못한 바지사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구들을 가지고 올해 원청인 병원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은 “병원 직원이 아니다” “용역업체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나는 노조법 2조 개정으로 우리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해야 우리의 고용과 근로조건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있는 원청이 나서야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이 변한다.

노조법 개정. 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민동의 청원이 5만명 달성을 앞두고 있고,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있다. 제발 이번 기회에 우리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하고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나서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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