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의 계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와 야당은 연내 국회 통과를, 재계와 여당은 결사 저지를 외치고 있다. 여러 현안 중 왜 노조법 개정이 필요할까. 손배 폭탄을 맞은 노동자, 사용자를 사용자로 부르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편집자>

신진희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국장
▲ 신진희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국장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요란하게 등장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2017년 5월12일을 시작으로 진행된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2020년 7월에 마무리됐다. 인천공항 전체 인력의 90%를 차지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인천공항 3개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있었던 수많은 논란이 무색하게 인천공항 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여전히 낮은 임금과 장시간 교대근무로 인천공항 자회사는 입사하고 싶지 않은, 심지어 남아 있는 노동자들도 떠나 버리는 일터가 돼 버렸다. 현재 인천공항 3개 자회사 전체 정원 9천여명 중 1천여명(약 11%)이 공석이며, 지난해 대비 현장 인력 공백이 계속 커지고 있다.

결국 자회사 노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름만 달라졌을 뿐 용역업체 때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열악한 처우에 대한 개선이 없고, 무엇보다 그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대상이 원청인 인천공항공사라는 현실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 2.8%, 2021년 0.9%, 2022년 1.4%. 인천공항 3개 자회사가 각각 임금인상안으로 제시한 수치다. 자회사 사측은 “원청인 인천공항공사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금인상률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사측의 입장 고수로 2020년 임금교섭이 결렬됐다. 교섭결렬 이후 자회사 사측은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일방적으로 결정한 임금인상분(2.8%)을 적용했다. 당시 자회사 이사회 7명 중 6명은 전·현직 인천공항공사 직원으로 구성돼 있었다.

원청인 인천공항공사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자회사 사측과 교섭해야 하는 것, 노동조합의 의견이 어떠하든 원청이 결정한 사항이 강행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현재 법에서 규정하는 단체교섭권이 우리 인천공항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이를 바꾸려면 노동조건의 결정 권한을 가진 원청과 교섭하고, 원청을 상대로 단체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8월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두 차례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노조법에 따라 자회사 사측과 교섭하라”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의 요구가 원청과 자회사 간 진행되는 인건비 계약금액을 인상하라는 것이었는데도 공사는 교섭을 거부했다. 자회사 사측도 “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는 상황에서 결국 2022년 교섭도 그렇게 결렬됐다.

하지만 교섭결렬과 동시에 인천공항공사는 자회사에 쟁의행위시 대체인력 투입 계획을 수립해 제출할 것과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어떻게든 자회사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막아 보라는 지시와 다르지 않다. 또한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비정규·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터인 인천공항에서 진행하는 파업·단체행동에 대한 법적 탄압을 계속해 왔다. 원청인 공사에서 권한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은 채 공공연히 노동 3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지만 제재할 방안이 없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자의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자회사의 저임금으로 인해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임을 스스로 발언했다. 문제점을 알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법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원청의 지침임을 반복하며 무늬만 정규직인 노동자들의 요구에 아무런 답도 해줄 수 없는 하청업체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의 진짜 사장은 누구인가?

공공부문이 이러할 진데 민간부문은 어떨까? 묻지 않아도 답을 듣지 않아도 그려진다. 공공부문이든 민간기업이든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주어진 현실은 똑같다. 진짜 사장인 원청이 법의 뒤에 숨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 비정규 노동자의 요구에는 눈과 귀를 닫고 하청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것 외에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

결국 진짜 사장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강제하는 법이 필요하다. 노조법 개정은 바로 ‘진짜 사장 책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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