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청과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이 각종 팻말을 들고 있다. <정기훈 기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후정의 실현에 앞장서기 위해 노동자와 시민 3만5천명이 서울 광화문 일대를 함께 걸었다. 2019년 9월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5천명 규모의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회 이후 이처럼 대규모 기후행동이 열린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기후위기 대응, 정부와 자본에 맡기지 말자”
죽은 듯 드러눕는 ‘다이-인’ 퍼포먼스 선보여

민주노총·참여연대·녹색연합을 비롯한 400여개 노동·시민·사회·환경단체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 세종대로에서 ‘9·24 기후정의행진’을 개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후위기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자와 시민의 열망도 커지고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정부와 자본에 맡기지 말고 노동자와 시민이 나서자”고 호소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노동자가 연단에 올라 정의로운 전환을 외쳤다. 박종현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 사무국장은 “석탄화력발전소가 기후위기 주범으로 지목된 뒤 하나둘 폐쇄가 결정돼 2030년 안에 반절로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발전소 노동자들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은 여성·빈민·장애인·이주민·청소년·노인·성소수자·환자·임차인·비수도권 거주민 등 기후위기의 최일선에 있는 당사자들이 기후정의의 주체로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한다 △모든 불평등을 끝장낸다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시청 앞에서 광화문·안국동 사거리·종각역·을지로입구역을 거쳐 다시 시청 앞까지 약 5킬로미터 구간을 행진했다. 이들은 종이상자를 재활용한 손팻말을 들고 걸음을 옮겼다. “에너지는 상품이 아니다”거나 “북극곰이 죽어 가고 있다”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선두 대열이 광화문에 이르렀을 때 참가자들은 기후위기를 의미하는 사이렌 소리에 맞춰 도로에 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했다. 기후재난과 기후불평등이 생명을 위협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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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노동개악 저지·개혁입법 쟁취’ 결의
진보 4당과 함께 ‘불평등 체제 타파’ 연석회의 발족

기후정의행진에 앞서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7천명 규모의 ‘9·24 전국 동시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 13개 지역에서 열린 결의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2만8천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을 저지하고 개혁입법을 쟁취하기 위해 총궐기투쟁에 나서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회 참가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공공부문 민영화 시도를 막아 내자고 결의했다. 아울러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자성 인정과 원청 사용자책임 확대, 무분별한 손해배상 제한을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 나서자고 뜻을 모았다. 양경수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민주노총은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절박한 투쟁의 깃발을 올린다”며 “11월12일 전국노동자대회를 10만 조합원 총궐기로 만들어 내자”고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과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은 대선·지선 공동대응기구의 성과를 계승하기 위해 ‘불평등 체제 타파,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민주노총·진보정당 연석회의’를 발족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 선언문에서 “거대 보수양당 중심의 기득권 정치는 불평등 사회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고 이로 인한 고통은 온전히 노동자와 민중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연석회의를 통해 민중의 생존권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싸우고 이 과정을 통해 진보정치의 단결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결의대회 직후 시청 방면으로 행진해 기후정의행진에 합류했다. 민주노총과 프랑스노총 등이 주최한 ‘기후정의를 위한 노동의 지구적 연대와 체제전환’ 국제노조포럼 참가자들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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