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급여 사건은 1년에 약 2천200건이다. 그중 1천700건 정도가 노동자나 공단의 승소, 또는 취하 등으로 확정된다. 공단은 행정소송 패소율을 2020년 13.1%, 2021년 12.3.%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공단 스스로 취하한 사건을 포함하지 않은 통계다.

2020년 전체 취하사건 913건 중 공단이 패소가 예상돼 취하한 건은 386건, 2021년에는 771건 중 337건이다. 이를 공단 패소사건 각 247건(2020년)·212건(2022년)과 계산하면 패소율은 2020년 33.4%, 2021년 31.8%다. 10건 중 3건 이상은 공단이 패소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노동자에 대한 산재 불승인 처분이 공정하고 법률적 적합성이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분석해 봤다. 2001년부터 올해 5월까지 공단이 1심, 항소심에서 승소한 뒤 대법원에서 패소한 사건 중 노동자의 보험급여 청구와 관련된 49건을 분석했다. 과로성 질환이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출퇴근 재해 4건, 근로자성 쟁점 사건, 직업성 암, 적용사건이 각 3건이었다. 자살사건, 요양 중 자살사건, 추가상병 사건, 업무상 사고 사건이 각 2건이었다. 나머지 장해급여, 평균임금, 재요양, 진폐 합병증 사망, 회식 중 재해가 각 1건씩 있었다.

최근 판결 중 과로성 질병 사건 쟁점은 개정된 뇌심혈관질환 관련 고용노동부 고시의 적용 여부(대법원 201두45633, 대법원 2020두39297)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상 질병(사망)의 상당인과관계 판단이다. 현재 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와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가 뇌심혈관질환 고시의 기계적인 적용 및 수량적 기준 판단에 매몰되어 있다. 반면에 대법원은 이전부터 업무의 양, 강도, 작업환경,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과로 스트레스가 기존 질병을 자연적 경과 이상 악화시킨 것인지 여부” 및 “과로 스트레스가 기존 질병에 겹쳐 사망시킨 것인지 여부”를 판단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로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발생한 상병의 악화라는 관점에서 “급성심근염 사망(대법원 2020두39297판결), 만성신부전증(대법원 2002두6026판결), 폐결핵에 의한 결절종 사망(대법원 2003두4164판결), 폐결핵 기저질환자의 뇌경색 사망(대법원 2001두6845판결)”등을 업무상 재해로 판단했다. 또 공단 등에서 인정될 수 없는 단일 요인인 정신적 스트레스에 따른 뇌동맥류 파열의 뇌출혈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대법원 2021두38567판결)한 바 있다. 또한 발병 전 구체적 상황을 보며, 1개월 이전의 실질적 과로 스트레스 상황을 판단해 심근경색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대법원 2010두733판결)했다. 발병 전 18일 연속근무라는 과중한 업무를 뇌경색 사망의 악화요인으로 인정(대법원 2005두7112판결)한 바 있다. 결국 대법원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공단 및 산재재심사위원회 등 판정기구의 가장 큰 문제는 “상당인과관계의 법률적 판단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주 52시간 이상 근무와 가중요인 찾기 게임으로 전락해 버린 작금의 판정에 대한 고민과 개선대책이 없다.

분석 대상 판결 중 레미콘 기사의 근로자성 인정(대법원 2019두39134판결), 형식적 대표이사의 근로자성 인정(대법원 2009두1440판결) 등 선례적인 판결 이외에도 현재 ‘근로자성 여부’가 산재 분야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담당부서인 근로복지공단 가입지원부의 업무매뉴얼이나 조사가 부실하고, 공단 지침이나 노동부의 해석에 의존하고 있어 법률적 판단의 정합성이 부족하다. 직업성암 사건 중 삼성 LCD 다발성 경화증 사건(대법원 2015두54114판결)에서 첨단산업의 희귀질환 및 유해물질의 복합적 노출시 판단방식에 대해 판시했지만, 전문조사기관 평가위원회 및 공단 질병판정위원회에서 이를 명확히 수용해 판단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조사 인력 및 전문성 부족, 과다하게 많은 사건, 구체적 조사 미흡 등 전문조사기관의 역학조사 문제는 여전하다.

산재노동자가 요양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하급심뿐만 아니라 대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공단이 판단 방식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우울증 등 상병 발생, 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 때문에 발생한 자살사건(대법원 2021두34257판결, 대법원 2016두59010판결)에 대해 공단 지사의 자문의사회의는 임상적 판단에만 치우치고 있다. 질병판정위에 회부해 실질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도 이런 사건을 추가상병 사건으로 간주해 왔다. 자살사건에서도 각 질병판정위별 판정률 편차가 심각하고, 행정소송 패소율이 적지 않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공단의 “소송상황분석보고서”를 보면 공단은 주요 패소사유로 ‘증거판단 견해 차이, 법령 해석 견해 차이, 기존 질환과 견해 차이, 법원 감정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사실관계 및 증거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뇌심혈관계질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지침과 고시에 매몰돼 종합적 판단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법령 해석 견해 차이는 ‘범죄 행위로 발생한 사고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에 대한 공단과 법원과 법령 해석 견해 차이’때문이 아니다. 이는 애초부터 당해 기준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중과실 개념을 도입해 법의 취지를 몰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단은 기존 질환이 있더라도 업무상 요인을 공동요인으로 채택하고 있는 명확한 판례 법리를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패소 사유가 공단 및 산재재심사위원회의 잘못이 명확한데도 개선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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