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신협 광고 영상 갈무리>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검찰에 고발한 내부고발자에게 ‘보복성 인사’를 단행한 지역 신협이 법원에서 부당전보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고발자는 신고 이후 혼자 실무를 담당하는 여신팀장으로 발령됐다. 해당 직원은 수차례 형사고발과 부당전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여·수신 업무 담당 ‘팀원 없는 팀장’ 배치

2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인천 ㄱ신협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ㄱ신협은 1심에 불복해 지난 6일 항소한 상태다.

1999년 신협에 입사한 A(45)씨는 2018년 1월께 감사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일부 직원에게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 제보를 받았다. 불법적인 절차로 대출서류를 작성하고, 조합원의 대출이자를 감면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A씨는 인천지검에 해당 의혹을 고발했다.

이후 A씨는 감사실에서 배제돼 2018년 3월 지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점 발령 후 총 고발 사건에 대해 총 9차례 경찰조사를 받았다. A씨는 이때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래도 전체 5개 지점 중 종합평가 최하위를 기록했던 지점은 2019년 2위, 2020년 1위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올랐다.

그런데 ㄱ신협은 2020년 10월 A씨를 다른 지점 여신팀장으로 보냈다. 외형상 팀장이었지만, 팀원 없이 혼자 창구에서 직접 여·수신 실무를 수행하는 자리였다. A씨는 2007년을 마지막으로 실무를 떠나 관리업무를 담당해 왔는데, 갑자기 실무자로 좌천된 것이다.

A씨는 부당전보라며 지난해 1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인천지노위는 “전보 처분에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생활상 불이익도 크며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A씨 주장을 인용했다.

법원 “실무 단절에도 여신팀 업무 적절 의문”

중노위도 같은 판단을 내리자 ㄱ신협은 같은해 9월 소송을 냈다. 사측은 “오랫동안 누적된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상무 이하 모든 직원이 번갈아 여·수신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순환근무의 일환’이었다고 항변했다. A씨의 무분별한 고발로 직원 대부분이 A씨를 기피하고 있어 사내 질서 회복을 위해 다른 부서로 배치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직책을 지점장에서 지점 여신팀장으로 변경할 업무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실무 경력이 단절된 상태였던 A씨에게 여신팀장 업무를 맡기는 것이 효율적인지 의문이 든다”며 “관리업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A씨를 실무적인 지점 여신팀장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측의 ‘순환근무’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A씨와 같은 직위였던 일부 직원들이 지점장으로 발령됐던 점을 볼 때 A씨만 여신팀장으로 발령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당시 지점장 발령 직원들은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다. 대기발령 대상이 될 수 있는데도 오히려 지점장으로 발령된 것이다.

“불법행위 고발, 투명성 기여” 임직원은 유죄

무엇보다 A씨의 ‘불법행위 고발’은 신협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했다고 봤다. 실제 ㄱ신협 이사장과 일부 직원들은 조합원들에게 20억원 이상의 이자를 감면한 사실 등이 드러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올해 1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된 이사장은 지난 3월 신협중앙회에서 ‘징계 면직’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일부 직원들이 유죄판결을 받아 A씨의 고발이 사실무근이거나 허황된 것이 아님이 드러났다”며 “설령 A씨의 고발에 대해 직원들이 반감을 느끼고 있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A씨를 업무상 격리시키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지점장 권한 상실과 수당 박탈 등 생활상 불이익이 크고, 사전 협의도 없어 절차상 하자도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A씨는 내부고발 이후 심한 정신적 압박감을 느껴 ‘적응장애’를 앓았고 지난해 7월께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 공단은 내부고발 이후 최초로 진료를 받은 사실을 볼 때 업무 스트레스 요인이 인정된다고 봤다.

A씨는 1년여간 요양 후 복귀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ㄱ신협측이 3~4년 전 업무를 자체 감사하고 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에 자체 감사를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A씨는 신협중앙회 차원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의 내부통제 제도가 있지만, 실제 인사권자의 부정을 막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며 “자체적인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신협중앙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보호조치가 이뤄질 때 직원들이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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