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푸드뱅크마켓센터의 비리를 고발했다가 직장내 괴롭힘을 겪고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사회복지사 김은미(35·가명)씨가 지난달 7일 서울 강남구 근로복지공단 지역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준표 기자>

공익신고를 했다가 수년간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끝에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사회복지사가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는 공익신고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로 4년 가까이 우울증과 적응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왕따에 폭행 혐의 덧씌워
집단 괴롭힘에 적응장애 진단

2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기관인 서울의 한 푸드뱅크마켓센터의 사회복지사 김은미(35·가명)씨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요양급여 신청 재심사를 청구해 27일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집단 따돌림이나 부당한 대우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김씨의 진술밖에 없다며 업무상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본지 2022년 3월17일자 2면 “신상 노출에 집단 괴롭힘, 공익신고자 ‘외로운 사투’” 참조>

2011년 2월 센터에 입사한 김씨는 저소득층에 기부물품을 전달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다른 지점으로 파견됐다가 복귀한 2016년께 문제가 터졌다. 센터 직원들의 기부물품 불법 판매 행위를 목격했다. 2018년에도 채용비리를 알게 되면서 김씨는 서울시 응답소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했다.

이후 직장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구청 조사관이 센터를 방문해 채용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료 직원들이 김씨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동료들의 직장내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김씨는 호소했다.

김씨 주장에 따르면 동료들은 김씨를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임의로 조작했다. 김씨가 동료를 폭행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징계도 이어졌다. 센터는 2019년 8월 근무태만 등을 이유로 김씨에게 감봉 1개월에 보직 변경과 전보 발령 처분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절차상 하자만 인정해 부당감봉 판정을 내렸지만, 권익위에서 전보조치 자체가 위법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이때부터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시달렸다.

결국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김씨는 2020년 2월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직장내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같은해 10월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근로복지공단 “성격·근무태도가 원인”
당사자 “내부고발 이유로 고통스러워”

공단은 적응장애를 유발할 정도의 스트레스 상황이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집단 따돌림’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김씨 진술 이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공단은 “개인의 성격적인 특성으로 인해 동료와 외부 고객들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의 인사 조치 또한 근무 태도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고, 이에 따른 통상적인 수준의 인사 관리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동료와의 갈등이나 감봉·전직 등 징계가 스트레스로 작용했다는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2월 주치의 진단서에 따르면 김씨는 비리 신고 이후 우울감과 불면증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됐다. 특히 지난 1월 부하 직원에 폭행당하면서 증상은 심화됐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주치의는 최소 2주 이상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입원 치료를 받았다.

김씨를 대리하는 A 노무사는 “다년간의 직장내 괴롭힘과 부하직원의 업무상 지시 무시 및 폭행, 직접서비스직 수행에 따른 감정노동이 김씨의 적응장애를 유발했다”며 “적응장애를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켰음을 확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내부고발자라는 ‘낙인’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힘들게 만들었다고 호소한다. 그는 “오랫동안 낙인찍혀 억압당하다 보니 회사만 가면 위축되고 너무 고통스럽다”고 했다. 이어 “공익을 위해 사회복지 현장의 추악함을 제보했다는 이유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지금까지 계속되는 교묘한 괴롭힘을 견디기 너무 힘들다. 제발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달 근로복지공단 지역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이달 12일에는 세종시 산재재심사위로 내려가 홀로 피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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