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동자의 파업에 대한 기업 손해배상 소송 남용을 막기 위해 나온 ‘노란봉투법’이 정기국회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더불어민주당은 22대 민생입법과제 중 7개 법안을 추려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했는데, 노란봉투법과 납품단가연동제 도입법이 포함됐다.

노란봉투법의 쟁점이 쟁의행위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으로 확대되면서 노란봉투법의 명칭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적극적으로 합법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노동쟁의행위가 보호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법의 핵심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 취지가 분명히 드러날 수 있도록 법안 이름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 의장은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도 (관련) 사연을 알지 못하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이름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재계 “불법파업 조장법”
야당·노동계 “합법파업 보장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인 ‘노란봉투법’은 정리해고 반대 파업으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돕는 성금을 담은 노란봉투에서 비롯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모두 8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재계와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불법 쟁의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법안”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민주당도 “위헌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정밀하게 들여다보겠다”며 “불법행위까지 보호하자는 취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불법파업을 조장하거나 보장한다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합법파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노조법은 쟁의행위가 법령상 요건을 충족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에서 면책되는데, 특수고용 노동자나 간접고용 노동자는 적용할 수 없어 사실상 면책 조항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근로계약 당사자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에게도 교섭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극한 갈등 상황으로 가기 전에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도록 법률로 보장하자는 게 노란봉투법의 취지다. 강민정·양경숙·노웅래 민주당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4건의 개정안이 여기에 해당한다.

원청 사용자, 교섭의무 부여해도
‘교섭창구 단일화’ 허들 남아

4건의 개정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사용자 개념을 ‘근로계약 형식과 상관없이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대하는 내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다만 강민정 의원안의 경우 사용자를 근로계약 유무에 따라 직접사용자와 간접사용자로 구분하고 도급·위탁·파견 등 간접고용 계약 노동자가 사용자를 선택해 단체교섭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은주 의원안은 특수고용 노동자도 교섭을 할 수 있도록 ‘그 사업의 노동조합에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자’까지 넓혔다.

사용자 범위 확대를 담은 노조법 개정안은 강민정·양경숙·노웅래·이은주 의원안 외에도 이수진 민주당 의원안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안 등이 있다. 하지만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려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법은 원청과 하청 같은 다면적 고용구조는 고려하지 않은 채 과반수노조인 교섭대표노조가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했다. 원·하청 노조가 각각 있는 경우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지 않으면 조합원수에 따라 어느 한쪽은 교섭테이블에 앉을 수조차 없다. 교섭권이 형해화되는 것이다.

지난달 민주당이 개최한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이 됐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존재하는 한 원청기업에 단체교섭 의무를 부여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다면적 노동관계에 적용할 교섭방식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단일 사용사업주가 단독으로 고용한 노동자와 간접고용한 노동자를 결합한 교섭단위를 인정하는 미국식 교섭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제 시선은 환노위로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인 이달 25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노란봉투법에 대해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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