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항공산업 일터회복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증언대회. <정기훈 기자>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항공·여객산업이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인력충원 필요성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항공사나 지상조업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력감축 폭이 컸던 항공사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코로나19보다 ‘일지옥’이 더욱 두렵다”고 말하고 있다.

하청업체 인력난에 휴일근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항공산업 일터회복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항공편 회복에도 코로나19로 감축된 인원이 회복되지 않아 높은 노동강도를 호소하는 노동자들 사례가 발표됐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했던 노동자들은 코로나19가 끝나자 ‘일지옥’에 갇히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19 1호 해고사업장’ 케이오에서 해고돼 800일 가까운 복직투쟁 끝에 지난달 일터로 돌아간 김계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출근해 특근수당을 받아가는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케이오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의 하청업체로 기내 청소를 담당한다. 김 지부장은 “지난달에 20명을 채용했는데 2명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퇴사했다”며 “일이 너무 힘들어 수년 전 희망퇴직했던 동료들도 복직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 지원자를 추천하면 30만원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공지문을 내걸기도 했다”며 “저임금에 부족한 인력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니 퇴사하는 인원이 점점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력부족은 항공사 하청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항공은 2018년에는 일반석 승객 예약 200명 기준 객실 승무원을 9명 배정했지만 지금은 6명만 배정하고 있다. 송민섭 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은 “회사가 고객 서비스 질을 높인다는 이유로 식사와 간식의 종류를 늘리면서 줄어든 인원으로 늘어난 서비스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누구 하나 죽어야 바뀔 것’이라는 직원들의 자조 섞인 글이 올라오곤 한다”고 밝혔다.

‘일지옥’은 중대재해를 낳는다. 지난 4월 대한항공의 지상조업 자회사 한국공항의 정비노동자 이아무개(37)씨는 정비업무를 하다가 항공기 운송차량 바퀴에 머리가 끼이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항공산업이 회복되면서 증가한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혼재작업을 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다.

서명호 노조 민주한국공항지부장은 “이번 사고 이후 현재까지도 인원이 충원되지 않고 있다”며 “하루빨리 적정인력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같은 사고가 재발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항공사 9.2% 감축할 때 하청업체 절반 가까이 해고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이 같은 업무과중 문제는 특히 항공사 하청업체에서 두드러졌다. 항공사-지상조업사-하청업체로 이어지는 항공산업의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가장 밑바닥 하청노동자들에게 인력감축과 고통분담이 집중됐다는 것이 노조 설명이다.

고용구조가 취약할수록 더 많이 해고되는 경향을 보였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6개 저비용 항공사를 포함한 8개 항공사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스타항공을 제외하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이들 항공사의 피보험자수는 평균 9.2% 감소했다. 하지만 지상조업사이자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 민간 조업사인 샤프에비에이션케이에서는 평균 20.6%의 인원이 감축됐다. 하청업체 노동자는 절반 가까이가 해고됐다. 아시아나에어포트의 하청업체로 ‘재하청업체’인 케이오와 민간 하청업체 인터비즈서비스는 평균 42.75%의 인력이 줄어들었다.

코로나19를 전후로 항공사 하청업체는 단체협약을 통해 복리후생을 삭감하거나 무급휴직에 동의해야만 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한국공항 노사는 총 15건, 아시아나에어포트 노사는 5건, 케이오 노사는 3건의 합의를 통해 고통분담에 합의했다.

이상욱 노조 전략조직국장은 “항공산업 다단계 하청구조로 인해 아래로 갈수록 책임과 부담이 가중되고 전가되는 구조였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공항 사태와 같은 사고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고, 현장 노동자들이 느끼는 위험이 매우 높다”며 “감축한 현장인력을 서둘러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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