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노동조합은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구조조정 저지’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정소희 기자>

LG유플러스가 지난 20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동시에 도매직영점에서 일하는 영업직 노동자들의 70%를 소매직영점으로 인사이동하는 방안을 추진해 영업직 ‘구조조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노조(위원장 노상규)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도매에 남든, 소매로 가든 지역이동 불가피
“갈 곳도 마땅찮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

LG유플러스는 이달 초 두 번에 걸쳐 ‘도매채널 개편’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서는 ‘컨슈머’라고 불리는 영업직 노동자들에 대한 인사이동 방안이 제시됐다. 전국 482명에 이르는 도매직영점 영업직 노동자 중 70%(약 330명)가 소매직영점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LG유플러스의 통신상품은 휴대전화 판매점과 위탁계약을 맺고 거래하는 도매채널과, 고객을 대면해 판매하는 소매채널로 나뉘어 판매된다. 두 채널에는 모두 직영점과 대리점이 있는데, 직영점은 본사가 직접 관리하고 대리점은 본사와 계약을 맺은 사업주가 관리한다.

주로 영업관리 업무를 하던 도매직영점 소속 영업직 노동자들은 이번 인사이동으로 직접 판매가 주된 업무인 소매직영점으로 이동하거나 도매직영점에 잔류하기 위해 면접을 거치게 됐다.

현장에서는 이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LG유플러스가 그간 소매직영점을 대형화하기 위해 점포의 개수를 줄여온 데다가, 도매직영점을 축소하고 도매대리점을 통해서 도매채널을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도매직영점 소속 영업직 노동자들이 소매직영점으로 이동하든 잔류하든 회사 계획대로라면 지역이동을 감수해야 한다. 운 좋게 도매직영점에 잔류하더라도 도매직영점 역시 줄어들고 있는 과정이라 지역·점포 이동에 대한 압박이 커진다. 가족과 떨어지기 어려운 직원들은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조 설명이다.

예를 들어 경북 안동시에는 소매직영점이 1개뿐이다. 5명의 도매직영점 소속 영업직 노동자들이 이곳에 배치되지 않으면 1시간에서 1시간30분 가량이 소요되는 구미나 대구로 가야 한다. 대구·경북지역을 통틀어 도매직영점은 7개만 남아 대구에 있는 20여명의 도매직영점 직원들은 안동·포항으로 이전하고 있다.

남태호 노조 경북지부장은 “이미 안동 소매직영점에는 7~8명의 직원이 있어 안동에 잔류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방을 잡아 생활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런 지역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도매·소매 직원 간 경쟁 격화 우려”
LG유플러스 “희망퇴직과 무관”

민주유플러스노조는 이번 인력 이동이 일방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매직영점은 이미 인력이 꽉 차 있어 근무할 공간을 포함해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한다. 기존 소매직영점 직원들의 영업실적을 이동한 도매직영점 직원들과 나눌 수밖에 없는 구조라 경쟁이 격화하고 임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상황이 되풀이된다는 의견도 있다. 당시 LG유플러스에는 영업정규직 2천336명·영업촉탁직 806명으로 총 3천142명의 영업직 노동자가 있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소매직영점이 줄어들면서 지역이동을 감내하지 못해 영업촉탁직 대부분이 일을 그만둬 지난해에는 영업직 노동자가 2천378명까지 감소했다. 764명의 인력이 줄었지만 충원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구조조정 흐름 중 하나라는 것이다.

노상규 위원장은 “이런 대규모 인력이동은 그 자체로 현장에 충격인데도 현장 직원들과 노동조합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됐다”며 “회사는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강변할지 모르겠지만 현장 직원들은 구조조정으로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 사측은 “회사 전략상 소매채널을 강화하면서 일부 인원이 이동하는 것”이라며 “회사는 수년에 걸쳐 충분히 회사의 전략 방향을 설명했고, 이동하는 구성원들의 거주지를 고려하고 평가 등 개인 처우에 대해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며 희망퇴직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